중견기업연구원이 매출 등 규모를 기준으로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으로 나눠 규제하는 정부 정책이 기업 성장을 가로막는다고 비판했다.

"매출기준 규제가 성장 막는다"
이 연구원은 중견기업연합회(이하 중견련) 산하에 있으며 최근 출범했다. 24일 중견련에 따르면 중견기업연구원은 첫 연구 과제를 ‘규모의존 정책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으로 정했다. 규모의존 정책은 매출, 상시근로자 수, 자본금 등 기업 규모를 기준으로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으로 분류해 기업을 지원하거나 규제하는 정책이다.

정부는 현재 3년 평균 매출을 기준으로 1500억원(제조업 기준)을 넘으면 중견기업으로 분류해 중소기업일 때 받던 각종 혜택을 축소하고, 새로운 규제를 적용한다.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이면 대기업으로 분류해 더 강도 높은 규제를 하고 있다.

업종 특성과 기업이 처한 상황 등을 고려하지 않고 규모만을 기준으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성장에 대한 의욕을 꺾는다고 연구원은 지적했다.

김승일 중견기업연구원장은 “규제 대신 지원을 받기 위해 회사 규모 등을 축소하는 기업도 있다”며 “매출 1500억원을 넘어 중견기업으로 진입하면 지원은 끊기고 규제가 늘어나기 때문에 중소기업에 머무르려는 ‘피터팬 증후군’도 생겼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이런 정책이 기업이 직원을 고용하지 않게 하고, 회사를 쪼개 주식을 차명 보유하는 등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원장은 또 “규모의존 정책이 생산성 감소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는 해외 연구 결과도 있다”고 강조했다.

정준 벤처기업협회 회장도 “한국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한 중견기업이 나오지 않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라고 말했다. 그는 “성장 의욕을 꺾는 보이지 않는 규제까지 찾아내 해결해 성장을 지원하고, 중소기업을 보호 육성하는 정책은 별도로 다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개선 방안으로 각 정책의 성격에 맞게 기준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예를 들면 고용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고용을 확대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고, 수출을 많이 한 기업은 이에 맞는 혜택을 줘 기업을 더 키우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고용 수출 연구개발(R&D) 등 기업 역량을 입체적이고 다면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며 “규모의존 정책을 최대한 줄임으로써 경영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견기업연구원은 신영 SM그룹 심팩 루멘스 등 중견기업 30여곳이 중심이 돼 설립한 국내 최초의 중견기업 전문 연구원이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