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정부가 국제채권단과 구제금융 분할금 지원 등을 위한 협상의 타결시점 목표를 6월 초로 다시 늦췄다.

그리스 ANA-MPA 통신은 23일(현지시간) 가브리일 사켈라리디스 정부 대변인이 전날 민영방송 스카이TV에 출연해 채권단과 종합적 협상을 열흘 안에 체결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는 유럽연합(EU)과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으로 구성된 채권단과 협상을 맡은 야니스 바루파키스 재무장관이 전망한 시점보다 1주 정도 늦은 것이다.

바루파키스 장관은 지난 18일 합의 시점을 "1주일 문제라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으며, 파노스 스쿠레티스 노동장관도 지난 19일 "며칠 안"에 합의할 것으로 본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스 정부가 타결시점을 다시 늦춘 것은 21~22일 라트비아 리가에서 열린 'EU-동부파트너십' 정상회의에서 기대했던 정치적 지지를 얻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리가 회의 첫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별도로 회담을 가졌으나 정치적 타결을 위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메르켈 총리는 당시 '3국 정상회의'를 마치고 "우호적이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눴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일이 남아있음을 확인했다"고만 말했다.

치프라스 총리는 또 전날에는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 회담했지만 역시 정치적 지지를 얻지 못했다.

그리스 일간 카티메리니는 융커 위원장은 회담이 끝나고 아무런 언급이 없었으며 그리스 정부 소식통은 '좋은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만 밝혔다고 전했다.

채권단 중에서 긴축을 가장 압박하는 것으로 알려진 IMF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전날 브라질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성급하게 합의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라가르드 총재는 "그리스와 관련해서 해결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가능한 한 빠르고 적시에 지원할 수 있도록 일하고 있다"면서도 "종합적인 접근을 해야지 성급하거나 '더티 잡'(dirty job)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EU 측 채권단이 개혁안 가운데 부가가치세 개편 등을 우선 합의하고 분할금의 일부를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한 견해로 해석된다.

IMF는 개혁안을 종합적으로 합의하고 분할금을 또 나눠서 지원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며, EU 관리들도 그리스 채무협상에서 IMF의 역할은 필수적이라며 관련 보도를 부인했다.

그리스 정부는 재정의 현금이 부족해 분할금 지원이 없으면 내달 5일 IMF 부채를 상환할 수 없다고 밝혀, 협상의 시한을 내달 5일로 보고 있다.

현재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그리스와 채권단의 실무협상은 24일 끝나며, 26일부터 재개한다.

카티메리니는 소식통을 인용해 양측 실무단은 개혁안의 주요 쟁점을 놓고 아직도 큰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준억 특파원 justdus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