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양국 당국자 협의서 견해차 여전…치열한 외교전 예고

한국 정부는 일본 근대 산업시설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과 관련해 조선인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한국 입장을 반영하라고 22일 일본 정부에 요구했다.

일본은 이런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보이며 유산 등재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양국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최종문 외교부 유네스코 협력대표(차관보급)가 이끄는 한국 대표단은 신미 준(新美潤) 일본 외무성 국제문화교류심의관(국장급) 등 일본 대표단과 이날 오후 도쿄 일본 외무성 청사에서 세계유산 등재 문제와 관련해 3시간 가까이 협의했다.

이 자리에서 한국 정부는 일본이 각 산업시설에서 이뤄진 조선인 강제노동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반영하는 형태로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세계유산 등재 결정문에 관련 내용을 적시하는 방안 등이 거론됐을 것으로 보인다.

최 대표는 회의 후 기자들에게 "한국이 감정적으로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며 조선인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한 한국 측의 우려 사항을 일본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이해를 얻도록 일본이 전시 과정에서 어두운 측면을 배려하는 제안을 할 것이냐는 물음에 "유네스코에서 권고가 그대로 실현되기를 바란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스가 장관의 발언에 비춰볼 때 이날 협의에서 한국과 일본이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양측은 이 문제를 계속 협의하기로 했으며 한국·일본 당국자는 등재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세계유산 위원국 등을 상대로 치열한 설득 작전을 펼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산하 민간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는 일본이 최근 신청한 23개 근대산업시설에 대해 '등재권고' 결정을 내렸으며, 최종 등재 여부는 6월28일~7월8일 독일 본에서 열리는 제39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결정된다.

23개 시설 가운데 '지옥도'라는 별칭이 붙은 하시마(端島) 탄광을 비롯해 7곳이 대일 항쟁기 조선인 강제징용의 한이 서린 시설이다.

이들 7개 시설에 수만 명의 조선인이 강제동원됐고 그중 94명이 강제동원 중에 사망했다.

(도쿄연합뉴스) 조준형 이세원 특파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