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규제에 고발 당하는 기업
없어져야 했을 지주회사 규제 때문에 두산건설이 검찰에 고발될 위기에 처했다. 증손회사 100% 지분 보유 규제를 못 지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던 두산건설이 지주 증손회사인 네오트랜스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증손회사 100% 지분 보유 규제는 작년 11월 정부와 여당이 규제 철폐 과제로 선정해 완화하기로 했지만 야당의 반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두산건설이 작년 11월 이후 네오트랜스에 의결권을 수차례 행사해 공정거래법 18조를 위반한 혐의가 조사 결과 드러났다”며 “검찰에 고발하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상임위원회에 올렸다”고 21일 말했다. 상임위에서 심사보고서를 확정하면 두산건설은 지주회사 규제로 검찰에 고발되는 첫 대기업 계열사가 된다.

두산건설의 네오트랜스 지분율은 42.86%다. 두산건설은 2009년 1월 두산그룹이 지주사체제로 전환한 뒤 ‘지주사의 손자회사는 증손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하거나 지분을 전부 팔아야 한다’는 공정거래법 8조2항을 위반했다. 공정위가 4년의 유예기간을 줬지만 문제를 해소하지 못했다. 결국 2013년 11월 공정위로부터 1년 기한의 주식처분명령을 받았다. 지난달 두산이 지주회사에서 벗어나 두산건설이 네오트랜스 지분을 팔거나 늘릴 필요는 없어졌다. 그러나 네오트랜스 최대주주로서 중요한 의사결정에 의결권을 행사한 두산건설은 ‘(증손회사 지분 규제로) 주식처분명령을 받은 회사는 명령일부터 해당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규정한 공정거래법 18조에 발목이 잡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두산건설이 지주 손자회사 시절 공정거래법을 위반하지 않으려고 지분 매각을 시도하는 등의 노력을 한 것은 안다”며 “그러나 현행법을 어긴 건 분명한 만큼 법대로 검찰에 고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종=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