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펀드·명품 운용사] 글로벌 분산투자의 힘…주식이든 채권이든 펀드가 대세
국내 공·사모펀드 수는 1만2500여개에 달한다. 대표적 상품인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는 838개, 총 50조원 규모다. 수익률은 천차만별이다.

미래에셋 한국헬스케어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30.3%(5월18일 기준), 신한BNPP 좋은아침중소형주펀드 (28.1%), KB 배당포커스펀드 (27.2%), 삼성 중소형포커스펀드 (24.1%), 한국투자 배당리더펀드 (21.2%), 신영 마라톤펀드 (20.1%) 등도 20%대 수익률을 기록했다. 연초에 1000만원을 맡겼다면 벌써 200만~300만원의 수익이 났다는 의미다. 코스피지수의 같은 기간 상승률(9.7%)보다 2~3배 뛰어난 성적표다. 펀드를 잘만 고르면 직접 주식에 투자할 때보다 손실 위험을 크게 낮추면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을 수 있다.

다변화하는 간접투자 시장

주식형 펀드 위주이던 자산운용 시장이 변화하기 시작한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다. 위험 분산 차원에서 채권·인프라·대체투자 상품 등 다양한 수단을 활용한 펀드 상품이 인기를 끌었다.

특히 두드러진 변화를 보인 것은 해외 주식형 펀드다. 이 상품의 순자산은 2009년 12월 말 26조57억원이었는데, 이달 13일 기준 16조371억원으로 39% 감소했다. 반면 안전 자산으로 꼽히는 해외 채권형 펀드는 같은 기간 8352억원에서 6조8240억원으로 8배 이상 증가했다. 적정 수준의 수익률을 제시하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해외 부동산 펀드도 불티나게 팔렸다. 순자산이 같은 기간 1조7702억원에서 9조2277억원으로 급증했다.

펀드 시장이 질적으로 성숙해지고 있지만 가계자산의 투자 규모는 선진국보다 여전히 작은 편이라는 게 통계 결과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3년간의 한국과 미국 가계자산 운용 실태를 비교한 결과, 한국 가계에서 펀드 투자액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대신 단기 저축성 예금의 비중이 높았다.

외형만 놓고 보면 국내 금융상품 유입액은 꾸준히 늘고 있다. 2012년 131조1000억원에서 2013년 152조4000억원, 2014년 167조원 등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가계 내 펀드 자산은 2012년과 2014년 각각 6조1000억원, 4조7000억원씩 빠져 나갔다. 단기 저축성 예금으로 작년 한 해 동안 43조원이 유입됐을 정도로 자금 부동화가 심해지는 추세다. 단기 회사채로도 2012년 이후 시중 돈이 순유입되고 있다.

반면 미국에서는 지난 3년 동안 주식형 펀드 투자가 더욱 활발했다. 미국의 뮤추얼펀드와 연금펀드 투자액은 각각 연평균 587조달러, 517조달러였다. 현금이나 예금보다 훨씬 많은 액수다. 가계자산이 펀드로 들어오면서 주가를 끌어올리고, 투자자들이 큰 수익을 얻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됐다는 설명이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미국에선 주식·채권에 직접 투자하기보다 펀드를 통한 간접 투자가 일반적”이라며 “해외 투자 역시 펀드 상품을 주로 활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명품 펀드·명품 운용사] 글로벌 분산투자의 힘…주식이든 채권이든 펀드가 대세
대형사가 자산운용업계 주도

국내 자산운용사 86개 중 삼성·미래에셋·KB·한국투자신탁·신한BNPP 등 5개 대형사는 펀드 수탁액, 순이익, 펀드의 다양성, 신상품 개발 등 측면에서 자산운용업계를 이끌고 있다. 가치주 전문 운용사인 신영자산운용도 안정된 성과를 바탕으로 고속 성장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운용사 순이익은 총 4248억원으로 전년 대비 14.1%(524억원) 증가했다. 운용 성과가 좋아지면서 투자 자금이 꾸준히 유입된 결과다. 특히 운용 규모 상위 10개 대형사가 전체 운용사 순이익의 61%를 차지했다. 20개 하위 중소형 운용사가 적자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대형사들이 더 좋은 실적을 낸 배경 중 하나는 고른 수익률이다. 다양한 펀드 상품을 바탕으로 투자자의 손실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었다는 얘기다.

또 다른 원인은 비용 절감이다. 전체 운용사의 작년 판매·관리비는 9189억원이었다. 전년 대비 1.0%(91억원) 늘어났다. 대형사들은 비용 절감을 통해 전년 대비 326억원을 아낀 데 반해 중소형사들은 오히러 417억원을 늘렸다.

운용업계의 수익성도 개선되는 추세다. 작년 자기자본이익률(ROE)은 평균 11.5%로, 전년보다 0.9%포인트 높아졌다. 운용사들이 자본금을 과거보다 효율적으로 굴리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대형사 ROE는 평균 12.5%로 나타났다. 중소형사(10.4%)보다 1.9%포인트 높은 수치다.

운용순자산(AUM)이 180조원 규모로 국내 최대인 삼성자산운용은 한 해 동안 409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재무건전성을 판단하는 지표인 NCR(영업용순자본비율)은 532%로, 업계 최상위권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자산만 놓고 볼 때 국내 최대다. 1조3467억원에 달한다. 작년 순이익도 618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KB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등도 연기금을 제외한 펀드 수탁액만 20조원을 넘는 대형 운용사다.

김철배 금융투자협회 전무는 “삼성·미래에셋 등 대형사들은 국내 자산운용업의 질적 수준을 고도화하고 해외 진출을 통해 글로벌 분산 투자를 구현하는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