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은 ‘현장 맞춤형 원스톱 인재 양성’을 목표로 고품질 교육을 하고 있다. ‘용접의 달인’ 현종호 대한민국 명장(오른쪽 두 번째)이 연수생들에게 티그 용접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두산중공업 제공
두산중공업은 ‘현장 맞춤형 원스톱 인재 양성’을 목표로 고품질 교육을 하고 있다. ‘용접의 달인’ 현종호 대한민국 명장(오른쪽 두 번째)이 연수생들에게 티그 용접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두산중공업 제공
지난 13일 오후 4시 경남 창원시 성산구에 있는 두산중공업 사업장 내 기술교육원. ‘CNC룸(기계가공 실습실)’에 들어서자 여기저기에서 ‘윙~’ 하는 기계 깎는 소리가 연달아 울렸다. 1억원짜리 ‘머시닝센터’라 불리는 공작기계 앞에서 한 연수생은 계기판에 빠르게 숫자를 입력했다. 또 다른 연수생은 노트북에 깔린 오토캐드 프로그램으로 입체영상 설계도면을 그리고 있었다. 맞은편 ‘웰딩랩(용접 실습실)’으로 들어서자 여기저기서 불빛이 번쩍이고 ‘치~익’ 하는 소리가 들렸다. 차광유리로 시력을 보호하는 헬멧과 마스크를 쓴 용접 연수생들이 용접기를 들고 25㎜ 두께의 철판을 용접하고 있었다.

다음달 8일 수료를 앞두고 막바지 훈련에 열중하고 있는 두산중공업의 국가인적자원개발 컨소시엄 11기 연수생 39명의 모습이다. 수료생 대부분은 4개월 훈련을 마친 뒤 두산중공업 협력사에 취업할 예정이다. 두산중공업 컨소시엄 사업단이 애초에 협력사가 채용하려는 수요에 맞춰 연수생을 뽑았기 때문이다. 전산응용 기계가공 전임강사인 김병희 대한민국 명장은 “교육생들의 각오가 남다르다”며 “공작기계 분야의 중간관리자가 될 정도의 고난이도 교육으로 협력사가 원하는 인재를 육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은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일자리 창출을 위해 2010년부터 고용노동부(한국산업인력공단)와 손잡고 플랜트설비 우수 인재를 양성하는 국가인적자원개발 컨소시엄 사업을 하고 있다.
공작기계 가공 전임강사인 김병희 대한민국 명장(왼쪽)이 기술연수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공작기계 가공 전임강사인 김병희 대한민국 명장(왼쪽)이 기술연수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4개월간 640시간 무료교육

이날 두산중공업 기술교육원 강의실에서 만난 연수생들은 ‘내 기술을 갖게 됐다’는 자신감이 충만했다. 경주대 외식조리학과를 나온 이상훈 씨(31)는 “오전 8시에 교육을 시작하지만 7시부터 와서 전날 배운 것을 연습하는 동기생이 많다”고 말했다. 교육장에서 차로 1시간 거리인 김해에 사는 이씨는 오전 5시에 일어나 회사 통근버스를 타고 온다. 오후 5시에 교육이 끝나지만 절삭가공 분야 연수생들은 그날 교육내용을 복습하느라 밤 8시에 퇴근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했다. 이씨는 “기계의 ‘기’자도 몰랐는데 기술이 있으면 평생 직업을 가지게 된다는 희망이 있어 전혀 피곤하지 않다”고 말했다.

경상대 한문학과를 졸업한 노태훈 씨(31)도 이곳에서 플랜트설비 특수용접을 배웠다. 노씨는 “사회 출발이 조금 늦었지만 제대로 용접기술을 배워 정년 없는 나만의 직업을 갖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도 서울 노량진 학원가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친구에게 12기 연수생에 도전하라고 자주 전화한다”고 덧붙였다. 노씨도 짧은 4개월 동안 특수용접 전문가가 되려고 밤늦도록 연습 후 귀가한다고 했다. 용접교육은 하루 8시간 동안 강사 시연-실습-평가 피드백 방식으로 이뤄진다.

연수생 70%가 4년제 대졸자…토익 평균 700점대

[취업에 강한 신문 한경 JOB] "오늘도 꿈을 용접한다"…4개월 훈련 후 두산중공업 협력사 취업
기계가공 연수생의 70%는 2년제 이상 대학졸업자다. 절반 이상이 기계와 전혀 상관없는 인문계 출신이다. 토익점수 평균 700~800점대에 이른다. 특수용접 연수생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김 명장은 “요즘은 각종 매뉴얼이 영어로 돼 있어 채용 때 영어 실력까지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취업률이 높다는 입소문이 나자 입학 경쟁률이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11기 연수생 선발 경쟁률은 평균 3 대 1. 가공직무는 40명이 지원해 15명이 합격했고, 용접직무는 115명이 지원해 서류전형, 면접, 인성검사, 신체검사 등 네 단계를 거쳐 24명이 뽑혔다.

직무마다 합격자의 특징도 달랐다. 가공직무는 수학, 추리, 과학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고 용접직무는 손재주가 있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특수용접 전임강사인 현종호 대한민국 명장은 “가공직무는 꼼꼼함과 실수가 없는 사람이 적합하지만 용접직무는 오랜 시간 용접할 수 있는 체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입사 후 연수생이 받는 초임은 가공직무는 2000만원 중후반대. 이에 비해 용접직무는 가공직무보다 약간 적거나 비슷하게 출발하지만 향후 손재주에 따라서 깜짝 놀랄 정도의 높은 임금을 받기도 한다. 고품질 교육 덕에 1~4기 수료자 15명은 이미 대기업 정규직으로 스카우트됐다. 두산중공업 컨소시엄 사업단 관계자는 “수료 후 2~3년 경력을 쌓은 뒤 30대 그룹 등 대기업의 경력직 사원으로 입사하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창원=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