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성지(聖地)로 꼽히는 미국 실리콘밸리를 마다하고 한국으로 눈을 돌린 세계 청년들이 있다. 아이디어와 기술력으로 무장한 한국 스타트업에 승부를 걸기 위해서다. 독일에서 온 경영자부터 러시아 국적 개발자까지 각국 인재들은 한국 스타트업의 현주소를 어떻게 볼까. [한경닷컴]이 세계 청년들과 비정상회담을 열고 'K-스타트업'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편집자주]
[K-스타트업 비정상회담⑥] 소개팅 주선하다 창업까지…어머니의 나라에서 '글로벌 챔피언' 겨냥
[ 최유리 기자 ] "한국은 시장 규모가 작지만 트렌드 변화 속도가 빠릅니다. 새로운 서비스의 파급 속도가 빠르다는 얘기죠. 처음엔 어머니의 나라에 대한 관심에서 한국에 왔지만 스타트업에 대한 가능성을 느꼈습니다."

해외 업무가 많았던 아버지를 따라 미국 일리노이, 하와이, 홍콩 등에서 자란 빅터 칭 친친 대표(사진)가 한국에 둥지를 튼 이유다. 실패해도 괜찮다는 패기로 미국을 떠난 그는 이제 한국을 발판으로 글로벌 무대를 꿈꾸는 중이다. 친구의 친구를 소개해주는 소개팅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친친'을 통해서다.

◆ 생활 속 경험이 사업 아이디어로…소개팅 주선하다 '친친' 창업

칭 대표의 사업 아이디어는 철저히 일상 경험에서 나온다. 소위 '애플빠'(애플이 만드는 모든 제품에 열광하는 애플 마니아)였던 그가 중학교 3학년 때 사업에 뛰어든 것이 시작이었다. 보다 싼 가격의 맥 컴퓨터를 찾던 경험에 기반해 애플 제품 사용자 커뮤니티 사이트를 만들어 광고 수익을 벌었다.

친친도 생활 속 경험에서 출발했다. 음식배달 스타트업 요기요에서 개발자로 근무하던 시절 소개팅을 주선하다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스타트업이었기 때문에 젊은 직원들이 많았습니다. 서로 소개팅을 주선하는 것도 빈번했죠. 한 번은 회사 디자이너에게 소개팅을 부탁받았는데 제 페이스북 친구 목록을 보면서 상대방을 고르더라구요. 이를 보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이용해 소개팅 앱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하게 됐습니다."

아이디어는 곧 실행으로 이어졌다. 칭 대표는 틈틈이 서비스를 개발해 시험버전을 내놨다. 재미로 만든 앱이 기대 이상의 반응을 얻자 사업화에도 나섰다. 동료 개발자인 김경수 씨와 함께 요기요를 나와 친친을 설립하기로 한 것.

"기존 소개팅이나 데이팅 앱은 신뢰도의 문제가 있었어요. 제한된 정보만 갖고 상대방을 믿고 만날 수 있을까에 대한 우려죠. 친친처럼 친구의 지인을 소개시켜 준다면 중간에 믿을 만한 사람이 끼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K-스타트업 비정상회담⑥] 소개팅 주선하다 창업까지…어머니의 나라에서 '글로벌 챔피언' 겨냥
◆ 한국판 페이스북 나오려면…"당장의 수익 모델보다 큰 그림 그려야"

친친은 지난해 SK플래닛으로부터 초기 투자를 유치했다. 스타트업 보육기관 'K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에 뽑히면서다. 최근에는 투자금을 모으기 위해 해외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쿠팡이나 배달의민족 등 두각을 나타내는 스타트업이 나오면서 한국에 관심을 갖는 해외 투자자들이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투자자들과 접촉하면서 한국 투자자와 해외 투자자 사이의 차이를 체감하기도 했다. 미국은 성장 가능성 자체에 주목하는 반면, 한국은 비즈니스 모델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설명이다. 다시 말해 돈을 어떻게 벌 것인지 수익 구조를 핵심적인 지표로 삼는다는 것.

[K-스타트업 비정상회담⑥] 소개팅 주선하다 창업까지…어머니의 나라에서 '글로벌 챔피언' 겨냥
"투자자의 관점은 스타트업의 사업 전략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투자자를 설득하기 위해선 수익성 위주로 전략을 짜야 하는거죠. 1억원을 벌 수 있는 10% 가능성을 좇느냐, 1조원을 벌 수 있는 0.01%의 가능성을 좇느냐를 선택해야 할 때 전자에 무게를 싣게 됩니다."

그러나 수익성에 집중할 경우 글로벌 서비스를 노리기 어렵다고 칭 대표는 지적했다. 당장의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 국내 시장에 무게중심을 두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수익을 올리지 못한 기간이 길었습니다. 그러나 글로벌한 사업 비전으로 반전 드라마를 써냈죠. 한국에서도 페이스북같은 성공 스토리가 나오려면 수익성 중심의 사고 방식에서 벗어나야 해요."

친친은 더 큰 무대를 공략위해 서비스의 확장성에 집중하고 있다. 소개팅 서비스에서 나아가 SNS 중심의 '소셜 디스커버리'로 변신을 꾀할 예정이다. 소셜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정보를 발견하는 소셜 디스커버리가 검색을 대체할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최근 사람들이 맛집을 찾는 방식을 보면 네이버같은 검색 서비스에서 SNS로 넘어오고 있어요. 이용자들이 올린 사진이나 정보를 우연히 보고 가봐야겠다고 생각하는 방식이죠. SNS를 통해 새로운 사람을 알게 된 것은 새로운 상품과 장소를 발견할 기회가 커진 것을 의미하기도 해요. 친친도 사람간 연결에 기반해 다양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SNS로 포지셔닝을 옮길 계획입니다."

최유리 한경닷컴 기자 now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