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여자에게 재갈을 물리려는 남자들
1962년 미국의 한 생물학자가 DDT 등 합성 살충제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책을 출간했다. 당시 언론에 실린 서평은 대부분 “저자가 감정적”이라며 책 내용을 무시했다. 주간지 ‘뉴요커’에는 “벌레 몇 마리 죽은 것을 두고 호들갑을 떨다니 참 여자답다”고 쓴 글이 실렸다. 지금은 환경 문제를 다룬 기념비적인 책으로 꼽히는 레이철 카슨의 ‘침묵의 봄’ 이야기다.

그로부터 50여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여성의 지식이나 의견을 하찮게 대하는 풍조는 남아있다. 작가이자 인권운동가인 레베카 솔닛은 “여자가 말을 하면 ‘그 발언이 진실한 것인지, 여성이 과연 그런 말을 할 능력이 있는지, 목소리를 낼 권리가 있는지’라는 세 가지 의심을 받는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여성이 “축구를 좋아한다”고 말하면 ‘어떤 팀을 응원하냐’는 질문보다 ‘오프사이드가 뭔지는 아느냐’는 질문을 먼저 받기 일쑤다.

출간되기 전부터 방송과 인터넷을 통해 회자된 솔닛의 에세이집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는 ‘맨스플레인(mansplain)’이란 현상을 짚으며 성과 사회권력 구조라는 거대 담론을 일상적인 일화와 함께 풀어냈다. 맨스플레인은 ‘남자(man)’와 ‘설명하다(explain)’를 뜻하는 영단어의 합성어다. 남자가 설명하는 것 자체에 저자가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아니다. 남자가 여성에게 당연히 특정 주제에 대한 지식이 없을 것을 전제로 상대방을 무시하고 자기 말만 한다는 것이 잘못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맨스플레인은 여자를 침묵과 경청만 강요받는 존재로 전락시킨다”며 “결국 여성에 대한 혐오와 비하, 폭력의 바탕이 된다”고 강조한다. 남성과 여성이 진정으로 함께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