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취임한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 "반성합니다…바꾸겠습니다"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몰빵 투자’ 등으로 고객에게 피해를 주면 담당 직원의 인사고과는 낙제점입니다. 연간 500억원의 수수료 수입을 포기하더라도 반드시 새로운 문화를 정착시킬 계획입니다.”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사진)은 1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영업의 최우선적 가치는 회사 이익이 아니라 고객 수익률”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윤 사장의 이 같은 방침은 올초 취임 직후 내세운 개혁과제이기도 하다. 브라질국채, 30년물 국채처럼 과거 삼성증권이 적극 판매한 상품이 적잖은 투자자 손실로 이어졌던 전례를 철저하게 반성해 고객 신뢰를 되찾는 데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윤 사장은 이에 따라 올해부터 직원 고과 산정시 100점 만점 중 고객서비스(수익률) 점수가 45점을 차지하도록 인사평가제도를 바꿨다. 회사에 아무리 많은 수익을 안겨주더라도 ‘불건전 매출’(한 방향의 대규모 투자 및 위험상품 권유, 잦은 주식매매회전, 투자손실 발생 등)에 해당하면 해당 프라이빗뱅커(PB)의 실적에서 빼버리기로 했다. 윤 사장은 “다른 부문에서 만점을 맞아도 고객서비스 점수가 0점이면 낙제점”이라며 “굉장히 과격한 배점”이라고 했다.

윤 사장은 이로 인해 발생할 연간 500억원 정도의 매출 감소도 감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단기적으로 실적이 부진할지라도 ‘고객을 떠나게 만드는’ 매출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올해 1월 취임한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 "반성합니다…바꾸겠습니다"
하지만 실제 매출이 줄어들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삼성증권의 펀드·주식 종합자산관리 서비스인 ‘POP UMA’에 올 들어서만 7000억원 넘는 자금이 몰리며 가입잔액이 1조2000억원을 넘어섰다는 것. ‘POP UMA’는 6개월 이상 운용된 자금의 평균잔액 수익률이 8.73%에 이를 정도로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다.

윤 사장은 “고객의 수익률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다양한 금융상품을 고객 특성에 맞게 관리한 것이 주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여세를 몰아 올해 8000억원을 목표로 했던 ‘POP UMA’ 가입잔액을 연내 4조원대까지 불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사장은 “고객들에게서 삼성증권이 바뀐 것 같다는 얘기를 들을 때가 가장 기분이 좋다”며 “과거엔 메뉴판을 갖다놓고 상품을 팔기 바빴는데 지금은 고객과 함께 어떻게 하면 수익을 높일까 하는 고민을 하니 PB들도 일할 맛이 난다고 한다”고 전했다.

최근 국내 주식시장의 조정에 대해선 “글로벌시장에서 소외됐다가 정상화되는 과정이었는데 채권금리 상승이 조정을 촉발시켰다”며 “하지만 향후 2200(코스피지수)을 뚫기 위한 건강한 조정”이라고 진단했다.

윤 사장은 요즘 중국 시장의 높은 성장성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국내 후강퉁(홍콩·상하이증시 교차거래) 투자자 거래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그는 “최근 중국 증시 조정신호가 나왔지만 장기적으론 대단히 유망한 시장”이라며 “특히 역사상 가장 큰 인프라투자 사업인 일대일로(一帶一路) 덕분에 중국 내 철강 시멘트 중장비분야의 과잉투자 설비 문제가 한꺼번에 해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사장은 “앞으로 한국과 더욱 긴밀하게 연결될 중국 시장에서 모든 투자자가 수익을 거둘 수 있도록 만반의 지원체제를 갖추겠다”고 말했다.

이건호/김동욱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