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찬반토론] 24세 이하 술광고 금지 옳은가요
앞으로 24세 이하인 사람은 주류 광고에 출연할 수 없게 될 전망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최근 전체회의를 열고 만 24세 이하는 주류 광고에 출연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주류 회사는 24세 이하인 사람을 TV광고뿐 아니라 신문, 포스터 등 대중 매체 수단을 통한 술 광고에 출연시켜서는 안 된다. 어길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이 법안은 2012년 김연아의 맥주광고 출연이 도화선이 됐다. 그해 3월 만 21세이던 김연아가 하이트맥주의 모델로 발탁되자 청소년 음주를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새누리당 이에리사 의원은 같은 해 7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이번에 복지위에서 일부 수정돼 통과됐다.

이 법안에 대해서는 청소년들의 음주를 줄이기 위해 필요하다는 견해가 있는 반면 미성년자도 아닌 24세까지 술 광고를 못하게 하는 게 어떤 근거에서냐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24세 미만 술광고 금지를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 찬성 “청소년들이 음주를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법안을 찬성하는 쪽은 “청소년들은 대중매체 스타 등의 행위를 유독 따라하기를 좋아하는데 젊은 운동선수나 스타 등이 술 광고를 하게 되면 아무래도 청소년의 음주도 더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든다. 법안을 발의한 이에리사 의원은 “주류광고가 타깃을 젊은층으로 정하면서 어린 모델들을 기용하고 있다”며 “청소년 사이에 음주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문화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의 음주율은 16.7%로 6명 중 1명꼴로 음주를 하고 있으며, 특히 타국에 비해 고위험 음주율이 높아 건강을 해치는 것은 물론 일탈행위로 인한 높은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는 상황”이라며 “청소년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동일 연령대 모델의 주류광고 출연을 제한해 청소년의 음주문화에 대해 쉽게 동류의식을 갖지 않도록 하고 청소년 음주율을 낮추고자 하는 것이 법안의 취지”라고 밝혔다.

알코올중독 전문 한국중독정신의학회는 2012년 김연아가 맥주광고 모델로 출연한 것에 대해 심한 우려를 표한다며 자진 철회 및 대중 광고 중지를 촉구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법안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왜 하필 24세까지 안 되느냐는 반대론자들의 주장에 대해 청소년기본법을 든다. 이 법 제3조1호를 보면 ‘청소년’의 대상을 9세 이상 24세 이하의 자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원용한 것이라는 얘기다.

네티즌 중에도 찬성한다는 견해가 있다. 이들은 “24세라는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다. 아이돌 스타들은 모든 술광고를 금지시키는 게 바람직하다”라는 의견이 대표적이다.

○ 반대 “하필 24세까지 금지하는 타당한 이유가 없다”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현행 법이 만 19세 이상이 되면 자유롭게 술을 마실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술 광고에 출연하는 사람은 만 24세를 넘어야 한다는 것은 도대체 어떤 기준인지 알 수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이런 방식이라면 TV에 등장하는 음주장면에 대해서도 배우가 만 24세가 안 된다면 일일이 규제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반문을 하는 경우도 많다. 청소년기본법, 청소년보호법, 민법, 형법, 엔터테인먼트 관련 법 등 각 법에서 청소년 내지 미성년의 연령이 제각각이라는 점을 들어 반대하는 견해도 많다.

문화평론가 김헌식은 “무엇보다 만 24세가 되기 전에 술광고 모델이 허용되지 않은 것은 자칫 젊은 세대에 대한 편견을 낳을 수 있다. 또한 그들의 사고와 선택에 대한 폭을 좁혀 놓을 수 있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행동 주체가 아니라 피동적이면서 규율적인 대상에 머물게 할 수 있다. 음주는 나이에 관계 없이 항상 주의가 필요한 물질이다. 술에 관대한 문화와 환경을 바꾸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양지열 변호사는 한 방송에 출연해 “24세 미만의 주류 광고 출연 금지는 직업 수행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기 때문에 위헌이 되지 않을까 싶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명확하지 않은 나이를 기준으로 헌법상의 기본권을 제한한다는 것 자체가 위헌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어 술을 전혀 안 먹던 학생이 아이유나 김연아 같은 사람이 술광고를 한다고 어느날 갑자기 술을 마시게 될 것 같지는 않다는 의견도 내비쳤다.

○ 생각하기 “술 광고 자체를 허용하면서 이미 성인인 출연자 나이만 제한하는 것은 문제”

[시사이슈 찬반토론] 24세 이하 술광고 금지 옳은가요
이번 법안이 국회 해당 상임위를 통과한 뒤 온라인에서는 이번 법이 아이유라는 특정 연예인의 술광고를 규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돌고 있다. 올해 만 24세가 안 되는 이 가수가 한 소주 광고에 이미 출연 중인데 법이 확정되면 광고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방송에 나오는 유명 연예인의 일거수 일투족은 청소년들에게는 늘 화제거리다. 그만큼 그들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이들의 광고 출연에 대해서도 일정한 규제를 하자는 의견이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어떤 이유를 대더라도 만 24세 미만의 술 광고 출연을 금지한 국민건강진흥법 개정안은 타당성을 갖기 힘들다고 본다. 술의 유해성과 광고가 청소년에 미치는 영향을 걱정한다면 아예 술 광고 자체를 모두 금지하는 게 차라리 더 타당성이 있을지도 모른다. 몸에 해로운 술 광고는 버젓이 허용하면서 다만 출연자의 나이만 제한하는 것은 그야말로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사실 광고를 보고 얼마나 소비자들이 이를 따라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정론이 없다. 막연히 아이돌 스타가 술 광고를 한다고 청소년의 음주가 늘어날 것이라는 근거는 확실치 않다. 오히려 출연 연예인의 나이에 상관 없이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음주 장면 자체가 어떻게 보면 음주를 더 부추긴다고 볼 수도 있다. 24세 미만의 주류 광고 출연을 금지한 법안은 그런 점에서 합리성을 결여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