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4년 박스권(코스피지수 1800~2050)을 탈출한 후 첫 걸림돌을 만났다. 채권금리가 가파른 오름세를 타면서 주식시장에서 자금 이탈 우려가 커졌다. 여기에 중국 증시에 대한 ‘거품’ 우려, 그리스의 채무불이행 가능성 등 악재가 겹치면서 코스피지수는 장중 2100선이 무너졌다.

○“악재는 혼자 오지 않는다”

'3중 악재' 한꺼번에…증시 맷집 괜찮을까
6일 코스피지수는 27.65포인트(1.30%) 하락한 2104.58에 마감했다. 장중 2095.60까지 내려가는 등 15거래일 만에 지수 21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기관투자가들이 2184억원 규모의 순매도를 하면서 지수 하락을 부채질했다. 2.48% 오른 포스코를 제외한 시가총액 상위 종목 대부분이 하락했다. 삼성전자(-2.71%) SK하이닉스(-3.21%) 한국전력(-2.92%) SK텔레콤(-3.55%) 등의 낙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이날 증시 급락은 채권금리 급등 충격으로 증권주가 일제히 폭락한 데다 중국과 미국, 유럽에서 터져나온 대외악재가 한꺼번에 몰렸기 때문이다. 지난 5일 4.06% 급락하며 4300선을 내줬던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이날도 1.62% 하락하며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 그리스 구제금융자금 중 IMF 몫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고를 하면서 그리스 채무불이행 위기가 재점화된 것도 악재였다.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근로자의 날과 어린이날이 낀 연휴기간 해외 증시가 하락하고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충격이 한번에 몰렸다”며 “올 들어 국내 증시가 단기급등하면서 차익실현 욕구가 커진 상황에서 중국 증시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기관 등에서 일시에 매물을 쏟아냈다”고 말했다.

코스닥시장은 내츄럴엔도텍 사태로 흔들린 시장의 신뢰를 단기간에 회복하지 못하는 모습이 뚜렷했다. 코스닥지수는 이날 11.96포인트(1.76%) 떨어진 665.94로 장을 마쳐 5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다음카카오(-4.15%) 셀트리온(-0.59%) CJ오쇼핑(-0.04%) 등 시장 대표주가 모두 힘을 쓰지 못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가짜 백수오 사태 이후 올 들어 급등한 바이오주를 중심으로 투자심리가 크게 악화됐다”며 “외국인들이 계속 팔고 있기 때문에 조정국면이 좀 더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한국 증시 매력 약화” vs “일시적 현상”

박스권 탈출 이후 첫 조정기를 맞은 주식시장을 놓고 ‘일시적 조정’이란 시각과 ‘한국 시장의 매력이 약화됐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증권가에선 최근의 조정세가 일시적인 ‘숨고르기’에 불과하다는 시각이 많다. 코스피지수가 2100 이상에서 머문 기간은 2011년의 68일과 올해 15일 등 총 83일에 불과했던 만큼 현 상황을 비관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안병국 KDB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3월 중순 이후 증시가 급등한 데 따른 일시적 조정 양상으로 봐야 한다”며 “코스피지수는 2100선이 심리적 저지선 역할을 할 것이며 코스닥지수도 650선까지 밀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본격적인 조정을 예상하는 쪽에서는 외국인 순매수세의 약화를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유가증권시장 외국인 순매수 규모(4조6493억원)는 월간 순매수액으로 역대 아홉 번째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외국인의 매수세가 점점 약해지고 있다. 일별 순매수액이 4월 말엔 4000억~7000억원대였지만 이달 초엔 순매도로 돌아서거나 수백억원을 순매수하는 데 그치고 있다. 외국인이 주로 사는 코스피200지수를 구성하는 대형주의 주가수익비율(PER·주가/주당순이익)이 지난해 11.5배에서 올 들어 14.1배로 높아진 점도 부담이다.

김동욱/민지혜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