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에 다니는 강모씨(32)는 6일 증권사 창구에 들러 배당주 펀드에 가입했다. 적금금리가 연 2.0% 수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서다. 그는 “몇 년 안에 결혼하고 주택자금도 마련해야 하는데 적금으로는 안 되겠더라”고 말했다.

적립식 펀드 계좌 수가 다시 늘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조정받고 있지만 2100선에 안착하면서 수익률이 높아진 게 가장 큰 배경이다.
부활하는 적립식 펀드, 두 달째 가입자 늘어
◆해외 적립형, 한 달 새 4.7% 증가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권사 은행 보험사 등에서 가입한 적립식 펀드 수는 지난 3월 말 기준 619만5208개로 전달보다 1.7% 증가했다. 펀드 계좌 수는 지난 2월에도 3.4% 올라 2개월 연속 늘어났다. 특히 해외 펀드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해외 적립식 펀드의 계좌 수는 3월 106만9503개로 전달과 비교하면 4.7% 많아졌다.

적립식 펀드는 2008년 6월 1568만219계좌로 정점을 찍은 뒤 지속적으로 감소해왔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증시 침체의 여파였다.

적립식 펀드 수가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증시 활황에 대한 기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코스피지수 상승과 함께 중국 유럽 미국 등의 주가지수가 상승하면서 펀드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졌다는 것이다. 국내외 주요 증시는 올 들어 10~30% 급등했고, 국내 주식형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도 평균 11.05%(4일 기준)에 달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작년 8월과 10월 기준금리를 인하한 데 이어 올 3월 사상 최저(연 1.75%) 수준까지 낮춘 이후 정기적금 수요자 중 상당수가 적립식 펀드로 돌아섰다는 게 금융계의 설명이다. 김철배 금융투자협회 전무는 “펀드 산업이 2000년대 초반 8조원에서 몇 년 만에 140조원 규모로 커질 때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게 적립식 펀드였다”며 “적립식 펀드 가입자 중에는 3년 이상 장기 투자자가 많다는 점에서 증시에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에셋플러스·신영 펀드 ‘강세’

국내 적립식 펀드 중에서 가장 인기를 끄는 상품은 가치주 펀드다. ‘펀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펀드온라인코리아에 따르면 유입액 1위는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이 굴리는 코리아리치투게더 펀드였다. 지난 1년간 117억원이 유입됐다. 2위는 신영 고배당 펀드(106억원), 3위는 한국밸류 10년투자 펀드(88억원)였다. 저가주만 집중 편입하는 현대인베스트먼트 로우프라이스 펀드와 가치주 투자 상품인 메리츠코리아 펀드에도 자금이 몰렸다.

해외 적립식 펀드 중에선 한화자산운용의 글로벌헬스케어 펀드가 가장 많은 101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다음으로 슈로더 유로 펀드(62억원), 에셋플러스 글로벌리치투게더 펀드(61억원) 순이었다. 전체적으로 중국과 유럽, 헬스케어 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이들 ‘유입액 상위권’ 펀드는 1년 수익률이 10~20%로 좋은 편이었다.

김근수 한국투자증권 상품전략부장은 “적립식 펀드는 장기 가입하는 상품인 만큼 과거 수익률과 함께 수익 변동성이 얼마나 큰지도 따져봐야 한다”며 “직접 고르기 어렵다면 여러 증권사들이 공통적으로 추천하는 펀드에 드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