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방부제 논란' 편의점 도시락의 진실은?
'윙윙윙~'

지난달 30일 연휴를 앞둔 BGF푸드 전북 완주 공장의 김밥 기계는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불순물 혼입을 방지하기 위해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한 직원들이 요란하게 돌아가는 기계에 김밥 재료를 넣었다. 밥이 자동으로 말려 다가오면 각자 맡은 재료를 밥 속에 넣는 식이다. 그렇게 말린 김밥은 1인분씩 잘려 포장대로 옮겨졌다.

이 공장에서 삼각김밥에 참치마요를 넣는 직원은 한 치의 오차 없이 똑같은 양을 넣는 달인으로 유명하다. 실제로 이 직원은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달인'으로 출연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TV 앞에 서는 게 부끄러워 거절했다고 한다.

벽을 하나 건너면 돈가스와 치킨이 튀겨지고 있었다. 빵가루를 입힌 돈가스가 기름에 튀겨지는 소리가 요란하지만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롤러가 컨베이어 벨트처럼 끓는 기름 속을 움직이며 돈가스를 알맞게 튀겨내고 있었다. 기름에 튀기는 작업은 부상 위험이 높아 자동화가 이뤄져 있다.

넓지 않은 BGF푸드 완주 공장 곳곳에서 도시락과 김밥, 삼각김밥, 샌드위치가 동시에 만들어지고 있었다.

◆ 편의점 도시락, 품질 좋아졌지만…방부제 덩어리? "No"

편의점 도시락이 등장한 지 10년, 가격은 1800원에서 4000원까지 오르고 종이처럼 얇은 돈가스가 두툼한 일식 돈가스로 바뀌었다. 하지만 편의점 도시락이 몸에 좋지 않다는 편견은 바뀌지 않고 있다.

‘편의점 도시락을 먹으면 몸이 아프더라’, ‘편의점 도시락에 들어간 방부제가 어마어마해서 밥이 안 썩는다더라’ 등의 ‘편의점 괴담’이 끊이지 않는다.

정말 편의점 도시락과 삼각김밥은 방부제와 화학조미료 범벅인 걸까.

정동환 BGF푸드 완주공장 관리생산부장은 이런 논란에 대해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방부제는 넣을 수도, 넣을 필요도 없습니다. 생산부터 판매까지 사흘을 넘기지 않기 때문에 신선도를 유지한 채 판매가 가능한 것입니다.”

이런 말을 뒷받침하듯 BGF푸드의 창고는 공장 규모에 비해 아담한 편이었다. 특히 채소류 등 신선상품을 보관하는 신선창고는 10평 내외에 불과했다. 장기 보관이 가능한 통조림류를 제외하면 모든 식재료는 입고 후 3일을 넘기지 않고 소비된다는 것이 BGF푸드 측의 설명이다. 통조림류 역시 1주일을 넘기는 일은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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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가 보다 품질 중시"…무쇠솥·상온 냉장고·대형 식품사 제품 사용

BGF푸드 완주 공장은 하루 최대 12만식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췄다. 하루에 사용하는 쌀만 5톤에 달한다. 연휴를 맞아 쌀 보관소에는 10톤이 넘는 쌀 포대가 쌓여 있었다. 연휴 동안 쓸 쌀이 이 날 모두 들어왔다.

BGF푸드는 지역 농협과 계약해 품질 검증을 마친 쌀을 직접 납품받는다. BGF 전용 쌀포대는 일반 포대와 달리 파란 실밥을 사용하고 있다. 혹시라도 실밥이 쌀에 섞여 들어갔을 때 바로 찾아내기 위해서다.

옮겨진 쌀은 씻기 과정을 거친 후 무쇠솥으로 옮겨진다.

유억권 BGF푸드 과장은 “솥 뚜껑만 3.5kg에 달해 압력솥에서 밥을 한 것 같은 밥맛이다”라며 “솥 하나에만 70만~80만원이 넘고 정기적으로 솥을 교체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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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은 레일을 따라 이동하며 정확한 시간 동안 취사와 뜸들이기를 거친 후 냉장고로 들어간다. 우리가 쓰는 차가운 냉장고가 아닌, 상온 수준을 유지해 주는 냉장고다. BGF푸드의 모든 조리식품은 이 냉장고에서 식힌 후 그릇에 담기게 된다. 음식이 눅눅해지거나 세균이 번식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이 정도 처리만으로도 도시락이 팔리는 다음날까지는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다.

도시락에 사용되는 돈가스, 햄 등도 모두 CJ나 프레시안 등 대형 식품업체들의 제품이었다. 유 과장은 “단가와 품질을 함께 낮추기보다는 단가가 오르더라도 품질을 최대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라며 “이미 조리된 식품은 이름을 대면 모두 알 만한 곳들에서 유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 도시락 품질, 편의점 도시락 '원조' 일본 보다 엄격

물론 도시락이나 삼각김밥에 식품 첨가물이 전혀 들어있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미 조리된 상태에서 유통되는 통조림햄, 튀김류 등 가공식품에는 식품 첨가물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것은 집에서 먹는 밥에도 마찬가지로, 가공식품이 갖고 있는 일반적인 문제를 편의점 도시락에만 초점을 맞춰 비판하기는 어렵다.

BGF푸드 완주공장의 품질관리파트장을 맡고 있는 이성규 대리는 “그 어떤 불순물이나 저품질 식재료도 들어오지 못하도록 품질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면서 “편의점 도시락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일본보다 훨씬 엄격한 기준을 거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편의점 도시락이 집에서 먹는 정성스럽게 차린 한 상과 같을 수는 없다. 하지만 느긋하게 밥 한 끼 먹을 수 없는 상황에서 편의점 도시락이 하나의 선택지가 된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우리가 정말 줄여야 할 것은 있지도 않은 편의점 도시락의 방부제가 아니라 편의점 도시락으로 식사를 때울 수밖에 없는 바쁜 생활이 아닐까.

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armij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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