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와 SK그룹은 웃었고, 삼성과 현대차그룹은 표정이 어두웠다. 주요 그룹 상장사들의 올해 1분기 실적 발표가 끝나면서 그룹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본격적인 반등을 시작한 정유·화학업종을 주력 계열사로 두고 있는지가 실적 개선 여부를 좌우했다.
LG·SK 영업익 40% ↑…삼성·현대차 '부진'
○효자 노릇한 화학, 화장품 계열사

4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주요 그룹 중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가장 좋은 실적을 거둔 곳은 LG그룹이었다. LG그룹에서 실적을 발표한 9개 상장사의 잠정 영업이익에 지주사인 LG의 영업이익 추정치를 합산한 금액은 2조911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40.25% 늘었다. 매출 합산액은 2.31% 증가한 36조9222억원이었다.

LG그룹 계열사들의 ‘내실’이 좋아진 이유는 그룹 ‘얼굴’격인 LG전자보다 다른 계열사들이 선전한 덕분이다. 상장 계열사 중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LG전자는 신흥국 환율 약세 등으로 실적이 부진했다. 하지만 그룹 내 시가총액 1위인 LG화학이 바닥을 다졌고, 매출 기준 2위 계열사인 LG디스플레이의 실적이 대폭 개선되면서 그룹 전체 실적이 호전됐다.

LG화학은 중대형전지 사업부문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일반 화학사업부문의 업황 개선으로 작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의 영업이익(3618억원)을 내며 그룹 전체 실적을 방어했다. 올 들어 화장품주가 급등하면서 그룹 내 시가총액 2위로 몸집이 커진 LG생활건강의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39.12% 늘어난 1784억원을 기록했다.

LG디스플레이는 그룹 상장사 중 가장 많은 영업이익과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LG디스플레이의 1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보다 689.02% 급증한 7439억원으로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을 보여줬다. TV 패널 판매가 늘고 원가절감 효과가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이 내놓은 올해 연간 영업이익 예상치 평균도 작년보다 67.85% 늘어난 2조2781억원으로 집계됐다.

SK그룹의 실적 개선은 SK하이닉스가 이끌었다.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은 반도체 시장 업황 개선 덕분에 전년 동기 대비 50.25% 늘어난 1조5885억원을 기록했다. 정유·화학 계열사들도 ‘효자’로 탈바꿈했다. SK이노베이션은 정제마진(석유제품 가격과 원유가의 차이)이 늘고 원유재고 손실이 줄면서 1분기 영업이익(3212억원)이 전년 동기에 비해 38.2% 늘었다. SKC의 영업이익도 93.88% 늘어난 613억원을 기록했다. 증권가에선 아직 1분기 실적을 공시하지 않은 SK텔레콤SK케미칼이 시장 추정치와 비슷한 성적만 내도 그룹 전체의 1분기 영업이익이 40%가량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2보 전진 위한 1보 후퇴”

삼성과 현대차그룹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저조한 1분기 실적을 보였다. 지금까지 실적을 발표한 삼성그룹 16개 상장사의 1분기 잠정 영업이익과 삼성증권, 삼성생명의 실적 추정치를 합산하면 총 7조2903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21.89% 줄었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5조9793억원)이 29.56% 줄어든 여파가 컸다. 하지만 신형 스마트폰 갤럭시S6 판매 효과가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부터 반영되면 그룹의 연간 영업이익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황준호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13% 늘어난 28조원 이상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가 나와 있는 삼성그룹 상장사 17개사의 올해 영업이익 합계(예상치)는 작년보다 8.07% 늘어난 32조여원에 이른다.

현대비앤지스틸과 HMC투자증권을 제외한 9개 상장사의 1분기 실적을 발표한 현대자동차그룹도 다소 아쉬운 실적을 냈다. 대표 계열사인 현대차의 1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보다 18.07% 감소한 1조5880억원에 그쳤기 때문이다. 기아차는 30.45% 줄어든 5116억원이었다. 9개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3조6998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12.71% 줄었다. 증권사들은 현대차그룹 주요 상장사 9곳의 올해 영업이익이 작년과 비슷한 17조원대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