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소득대체율 미 41%·일 37%…50%로 되올린다는 한국
지난 2일 여야가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기로 합의한 것의 가장 큰 문제는 장기적인 재정 추계나 국민 부담분 논의 없이 국민연금 지급액을 올리겠다고 약속한 점이다. 국민연금을 무작정 많이 주면 연금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보험료율을 높여야 해결되지만 가입자들의 동의가 있어야 하고, 현실적으로도 쉽지 않다. 결국 이번 여야 합의안은 미래 세대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 받는 만큼 더 내야

보건복지부는 여야 합의안대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현행 40%(2028년)에서 50%까지 높일 경우 연금 재정은 2050년까지 664조원, 2083년까지 1669조원이 추가로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당장 2020년 한 해에만 440억원을 더 써야 한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재정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입자 입장에서는 소득대체율이 40%에서 50%로 상향되면 노후에 받는 수급액이 25% 더 많아진다. 하지만 연금액이 늘어날 경우 보험료도 동시에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사회보험 원칙상 부담 수준은 그대로 두고 급여 수준만 높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여야 합의안에서 공무원연금 재정 절감분의 20%(약 66조원)를 국민연금에 쓰도록 했지만 가입자가 107만명인 공무원연금으로 가입자가 2000만명이 넘는 국민연금 재정을 완벽하게 메우는 것은 어렵다.

국민연금 장기재정추계에 따르면 소득대체율을 50%까지 올린 상태로 국민연금을 고갈시키지 않고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현행 9%인 보험료율을 18.85%로 올려야 한다. 재정수지 적자만 막는다고 가정해도 보험료율을 16.65%까지는 인상해야 한다.
< 국민연금 본사 전북으로 > 서울에서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하는 국민연금공단의 첫 이사화물 차량이 지난 2일 전북 전주 신사옥으로 들어서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다음달까지 본부 이전을 마칠 계획이다. 연합뉴스
< 국민연금 본사 전북으로 > 서울에서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하는 국민연금공단의 첫 이사화물 차량이 지난 2일 전북 전주 신사옥으로 들어서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다음달까지 본부 이전을 마칠 계획이다. 연합뉴스
◆부담 주체 빠진 합의

여야가 국민연금 가입자에게 어느 정도의 보험료를 부담할 준비가 돼 있는지를 묻지 않고 급여 수준 인상부터 약속한 것에 대해선 비판이 많다. 복지부 관계자는 “부담해야 할 주체는 빼놓고 정치인들이 소득대체율부터 높이자고 합의한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 지급개시연령은 동시에 테이블에 놓고 논의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더 큰 문제는 현실적으로 보험료율을 올리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전에도 보험료율을 올리려고 여러 번 시도했다. 하지만 국민 반발 등에 부딪혀 좌절됐다. 2007년 연금개혁 때 소득대체율을 60%에서 50%까지만 내리고 보험료율을 15.88%로 올리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정부는 소득대체율만 40%로 깎았다. 2013년에도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가 보험료율을 13~14% 수준으로 단계적 인상하자는 안을 내놨지만 유야무야됐다.

◆기금고갈 4년 빨라져

이미 소득대체율 40% 수준으로도 재정건전성은 휘청거리고 있다. 이대로만 유지해도 2047년이면 적자로 전환되고 2060년이면 기금이 고갈된다. 그 이후엔 어떻게 지속해 나가야 할지 제대로 논의조차 되고 있지 않다. 보험료율을 크게 올려 고갈 시점을 늦출 것인지, 고갈을 받아들이되 그해 보험료 수입으로 지출을 충당하는 부과방식으로 전환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는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소득대체율을 50%로 높이면 기금 고갈 시점만 이보다 4년가량 빨라진다.

정부 관계자는 “기금 소진까지는 어떻게 버틸지 몰라도 문제는 기금 소진 이후 가입자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소득대체율

연금 수령액이 자신의 연금 가입기간 중 평균 소득의 얼마 정도가 되는지를 보여주는 비율. 월 연금 수령액을 연금 가입기간의 월평균 소득으로 나눠 구한다. 가령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50%라면 국민연금 가입기간 월평균 소득 100만원인 가입자는 월 50만원을 연금으로 받는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