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황(黃)의 실적 마법' 주가에도 반영되나
올 들어 3만원 선을 맴돌던 KT 주가가 모처럼 시원하게 올랐다. “나올 만한 악재는 다 나왔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상황에서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1분기 실적을 발표한 게 신호탄이었다. 기관투자가와 외국인 매수세가 몰리면서 거래량이 407만여주로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로 매매도 많았다.

◆KT의 환골탈태

KT는 지난달 30일 전날보다 3.07% 오른 3만185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 1월5일(종가 3만1900원)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이다. 이날 실적발표를 기점으로 수익성이 본격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집중적으로 주식을 사들였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KT는 올 1분기 매출 5조4364억원, 영업이익 3209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유선전화 가입자 감소로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135.3% 급증했다. 순이익은 2806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신광석 KT 최고재무책임자(전무)는 “지난해 대규모 명예퇴직으로 인건비가 감소하고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마케팅 비용이 전년 동기보다 8.6% 줄어 영업이익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KT렌탈 매각 효과도 실적개선에 기여했다. KT는 지난 3월 롯데그룹과 KT렌탈 지분 100%를 1조200억원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매각대상 자산과 부채가 따로 분류되면서 1분기 순부채비율이 92.7%에서 77.7%로 낮아졌다. 문지현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하반기부터 현금흐름이 개선될 전망이어서 지난해 실적 악화 탓에 하지 못했던 배당을 올해 다시 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주가를 끌어올린 건 매수세로 돌아선 기관투자가다. 올 들어 3745억원어치를 순매도한 기관투자가는 지난달 30일 KT 주식 153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도 최근 7거래일간 2171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투자심리를 좋게 만들고 있다.

◆주목받는 황창규의 실적경영

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KT 주가가 상승 곡선을 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차장은 “유료방송 합산규제 등 정부발 악재는 대부분 주가에 반영됐다”며 “2분기 실적은 1분기보다 더 좋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비통신부문 계열사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도 크다는 게 증권업계의 분석이다. 김홍식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 정보기술(IT)·서비스 팀장은 “스카이라이프 비씨카드 KT탯 KT서브마린 KT에스테이트 등 주요 자회사의 영업이익 합계가 5000억원으로 작년보다 25%가량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창규 KT 회장의 ‘실적경영’ 성과도 주목받고 있다. 황 회장은 지난해 1월 취임 이후 철저히 실적을 기준으로 사업을 정리하고, 비용을 줄이는 전략을 쓰고 있다. KT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연내 금융 계열사인 KT캐피탈을 매각할 계획이다. 지난해 사이더스FNH, KT클라우드웨어 등 ‘돈 안 되는 사업’을 정리하면서 자회사 수를 56개에서 48개로 줄였다.

약점은 부진한 업황이다. KT의 1분기 휴대폰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은 3만4389원으로 지난해 4분기보다 2.5% 감소했다. 단통법 시행으로 보조금 과다 경쟁이 완화됐지만 고가 요금제 비중이 줄어든 탓이다. 정부의 요금할인 압박까지 더해져 당분간 ARPU 감소 추세를 뒤집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