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처럼 푸른 물빛이 아름다운 방비엥의 블루라군에서 여행객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이름처럼 푸른 물빛이 아름다운 방비엥의 블루라군에서 여행객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TV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청춘’ 촬영지로 익숙해진 라오스. ‘시간이 멈춘 땅’이라는 수식어처럼 느릿하고 여유로운 분위기가 인상적인 곳입니다. 전파를 탄 이후 국내에선 가장 뜨거운 여행지 중 하나로 떠올랐죠. 지금은 더운 날씨 때문에 비수기로 꼽히지만 여행사마다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인기를 끈 이후의 라오스는 지금 어떤 모습일까요. 여행사는 과연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하고 있을까요.

궁금증을 풀기 위해 일반 여행객으로 가장해 여행사의 패키지 상품에 참가했습니다. 암행평가를 통해 여행 서비스의 민낯을 낱낱이 들여다보는 ‘미스터리 쇼퍼(mystery shopper)’가 된 것이죠. 이번 여행의 점검 포인트는 하나의 여행상품을 놓고 여러 여행사들이 손님을 모아 떠나는 연합상품. 보물섬투어·투어2000·자유투어·인터파크투어 등 4개사가 함께 참여한 ‘라오스 비엔티안·방비엥’ 3박5일 연합상품을 들여다봤습니다.

▷연합상품이란=일반적으로 패키지 여행상품은 일정 인원 이상이 있어야 떠난다. 최소 출발 인원이 미달될 경우 여행사는 국외여행 표준약관 9조에 의해 여행자에게 취소 통보를 할 수 있다. 연합상품은 여행사끼리 각자의 소규모 예약자를 합해 최소한의 출발 인원을 구성하기 때문에 취소될 염려가 적은 것이 장점. 하지만 여행사마다 상품 가격, 항공편, 포함·불포함 사항이 서로 다를 수 있다. 어떤 여행사를 통해 왔느냐에 관계없이 모두 현지에서 같은 일정을 소화하게 되므로 뜻밖의 불편을 겪을 수도 있다.

첫째 날,호텔 서비스는 엉망

느리게 흘러가는 '힐링의 땅' 라오스…여행사의 거짓말에 뒷맛은 씁쓸했다
인천공항을 떠난 지 약 5시간20분 만에 도착한 라오스 비엔티안의 왓따이 국제공항. 캄캄한 밤이지만 공항은 북적이고 있었다. 입국 게이트에서 마중 나온 가이드를 만나 호텔까지 가는 버스에 올랐다. 함께 여행할 인원은 15명. 버스에서 자기소개를 마친 가이드는 “라오스에서는 어느 정도의 버림이 필요하다. 마음을 많이 비우셔야 한다”고 말했다. 관광 인프라, 서비스 등 전반적인 면에서 여러모로 부족한 것이 많다는 것이다.

첫날 묵을 호텔은 공항에서 약 5㎞ 떨어진 두앙찬 플라자 호텔. 외관은 단순하고 다소 초라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내부 역시 별다른 인테리어는 없고 로비에 소파만 몇 개 놓여 있는 수준. 객실엔 침대, 냉장고, 화장실만 있다. 욕실의 샤워기 헤드는 부러진 채 양변기 물탱크 위에 놓여 있었다. 쏟아지는 물줄기를 맞으며 시원하게 샤워하고 싶었지만 교체를 요청하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 아쉬운 대로 거치대에 샤워기 호스를 걸고 샤워를 마쳤다. 그나마 와이파이가 되는 것이 유일한 위안. 잠만 자고 아침이면 떠날 호텔이라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서비스가 미흡하기 짝이 없었다.
왓 시무앙 사원에서 스님이 신도들에게 라오스의 전통 축북 기원 의식인 ‘맏켄’을 하고 있다.
왓 시무앙 사원에서 스님이 신도들에게 라오스의 전통 축북 기원 의식인 ‘맏켄’을 하고 있다.
둘째 날,유러피언 거리는 ‘압구정 삼거리’

오전 9시부터 비엔티안의 주요 관광지를 둘러보는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됐다. 패키지여행답게 숨 돌릴 틈 없이 일정이 진행됐다. 오전에 들른 관광지만 해도 6곳. 에메랄드 불상을 모시기 위해 지은 호 파케오와 비엔티안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인 왓 시사켓, 이성 간의 좋은 인연을 맺어 준다는 이야기가 깃든 왓 시무앙 등이다. 높이 12m, 길이 50m에 이르는 와불과 천국과 지옥을 의미하는 동그란 사리탑이 인상적인 왓 시앙쿠앙 불상공원, 작은 소금마을 등도 둘러봤다. 일정이 워낙 빡빡해 어르신들은 체력적으로 힘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오스 어린이들이 카약을 타고 있다.
라오스 어린이들이 카약을 타고 있다.
점심 식사 후 비엔티안에서 북쪽으로 약 150㎞ 떨어진 방비엥으로 향했다.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 네 시간가량 걸렸다. 방비엥은 한 바퀴 돌아보는 데 걸어서 한 시간도 채 안 되는 작은 마을이지만 여행자의 천국으로 불린다. 중국의 구이린(桂林)에 비견될 만큼 수려한 자연환경과 각종 즐길 거리가 어우러진 탓에 라오스를 대표하는 여행지로 자리 잡았다.

방비엥에서 이틀간 머물 곳은 타위숙 호텔. 남송강 주변에 자리한 이 호텔에는 실외 수영장이 있고, 욕실 시설이나 주변 경관 등이 첫날 머문 호텔보다 수준이 좋았다. 다만 와이파이가 로비에서만 된다는 것이 아쉬웠다.

호텔 체크인을 마친 후 저녁을 먹고 유러피언 거리를 돌아봤다. 유럽인들이 많이 모여 있어서 붙여진 명칭이다. 이름처럼 여기저기에 라오스의 밤을 즐기는 서양인들이 많아 ‘라오스의 이태원’이라 부를 만했다. 중심가에는 숙소와 레스토랑, 기념품 상점, 음식점, 바 등이 여럿 모여 있다.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오기 때문일까. 여기저기에 한국어 간판이 눈에 띈다. 유러피언 거리에서 좀 떨어진 숙소 주변에는 ‘라오스에서 가장 강력한 마사지’라는 한글 문구를 내건 업소가 있을 정도였다.

가이드는 지난 두 달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일했다고 말했다. 현지인들이 유러피언 거리를 ‘압구정 삼거리’로 바꿔 부를 정도로 최근 한국인 관광객이 폭증했다는 것. 방비엥의 대표 관광지 블루라군도 예전에는 서양인들이 주로 찾았지만 지금은 한국·중국·태국인들이 더 많아졌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라오스 언어를 조금만 할 줄 알아도 가이드로 채용할 지경이란다. 만약 전문지식이 없는 가이드를 만날 경우 제대로 관광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셋째 날,즐거움이 펼쳐지다

고무튜브를 타고 내부를 탐방할 수 있는 방비엥의 탐남동굴 앞에서 한 여성이 즐거워하고 있다.
고무튜브를 타고 내부를 탐방할 수 있는 방비엥의 탐남동굴 앞에서 한 여성이 즐거워하고 있다.
방비엥 관광의 하이라이트가 시작되는 날. 각종 즐길 거리를 하루에 다 소화하려면 시간이 부족하다. 카르스트 지형으로 이뤄진 방비엥에는 많은 동굴이 있다.

중 하나인 탐남동굴에서 여행객들은 고무튜브에 앉아 줄을 잡고 둥둥 떠다니며 동굴 안을 탐험할 수 있다.

다음 코스는 카야킹. 유유히 흐르는 남송강에서 노를 저으며 주변에 우뚝 솟은 방비엥의 그림 같은 산들을 관광했다. 아쉬운 것은 카약킹 중간에 강을 따라 늘어선 바에 들를 수 없었다는 것. 자유여행객이라면 강변의 바에 들러 음료나 술을 마시고 쉬다가 출발했을 것이다. 하지만 패키지여행 특성상 개인 행동을 할 수 없어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

잠시 쉰 뒤 방비엥의 또 다른 명소인 블루라군으로 향했다. 블루라군은 수심 5m의 계곡으로 이름처럼 푸른 물빛이 아름다운 곳이다. 여기저기서 물에 몸을 던지며 다이빙을 즐기는 이들로 가득하다. 블루라군이 상품가에 포함되지 않은 여행객들은 별도로 20달러를 내야 했다. 블루라군의 현지 입장료는 1만킵(약 1300원)이었다.

블루라군에서는 물놀이 외에 짚라인을 타볼 만하다. 나무 사이에 와이어를 설치하고 도르래를 걸어 빠르게 이동하는 레포츠다. 여행사의 옵션가격은 50달러. 역시 현지가격과 비교하면 차이가 난다. 방비엥의 현지 여행사들은 짚라인을 25~30달러 수준에 판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현지 여행사에서는 블루라군과 짚라인을 묶어 44달러에 판매 중이다. 우리 일행들이 낸 블루라군 입장료와 짚라인 비용을 합하면 70달러. 가이드 인건비, 차량 이동비용 등을 고려해도 비싼 편이다. 다행히 높은 가격을 상쇄할 만큼 만족도는 높았다. 짚라인 체험자들은 하나 같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짜릿한 스릴에 환호성이 절로 터졌다는 것. 고소공포증이 있는 이도 즐겁게 탔다고 말할 정도였다.
높이 12m, 길이 50m의 와불. 왓 시앙쿠앙 불상공원에 있다.
높이 12m, 길이 50m의 와불. 왓 시앙쿠앙 불상공원에 있다.
넷째 날,드러난 여행사의 ‘거짓말’

여행 일정의 마지막 날. 점심 식사 후에는 부처님의 유발과 가슴뼈가 소장됐다는 탓루앙 사원을 방문했다. 라오스에서 가장 신성하게 여기는 불교 유적으로 번쩍이는 황금색 건축물이 보는 이를 압도한다.

인근 잡화점에 들른 후 마사지 옵션이 이어졌다. 마사지를 신청하지 않은 여섯 명은 두 시간 동안 자유시간을 가졌다. 가까운 과일주스 가게에서 대화를 나누던 중 보물섬투어를 통해 왔다는 여행객 A씨에게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여행사에 대한 불만이었다. 서비스가 엉망인 데다 거짓말까지 했다는 것. 출발하기 전 A씨 일행 세 명은 1인당 5만원씩 총 15만원의 추가 비용을 내고 호텔 업그레이드를 신청했다. 하지만 와보니 다른 일행과 똑같은 호텔, 같은 수준의 객실에 배정받은 것이다.

단순한 착오가 아니었다. 처음부터 여행사가 감언이설로 여행객을 속였다는 게 드러났다. 이번에 보물섬투어를 통해 라오스 연합상품을 예약한 이들은 다섯 명. 세 명은 한 팀이고, 혼자 온 사람이 기자를 포함해 두 명이었다. 여행사는 A씨에게 “혼자 온 두 명의 다른 여행객도 호텔 업그레이드 비용을 냈다”고 말했다고 한다. 물론 사실이 아니다. 보물섬투어를 통해 예약한 다른 1인 여행객도 호텔 업그레이드를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A씨 일행은 운도 없었다. 방비엥 도착 첫날 묵은 객실의 에어컨이 고장 났던 것. 30도에 가까울 만큼 무더운 밤이었다. 호텔은 예약이 꽉 차 옮길 방도 없었다. 결국 열대야에 지쳐 뜬눈으로 밤을 새워야 했다. 처음 이야기한 대로 ‘다른 호텔’을 배정받았다면 겪지 않았을 고생이었다.

라오스의 독립기념탑 파투사이 관광과 야시장 쇼핑을 마친 후 여행은 마무리됐다. 특별한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지만 여행사의 이해할 수 없는 거짓말에 뒷맛이 씁쓸했다.
느리게 흘러가는 '힐링의 땅' 라오스…여행사의 거짓말에 뒷맛은 씁쓸했다
후기-변명으로 일관하는 보물섬투어

여행에서 돌아온 후 보물섬투어 담당자와 통화를 했다. A씨 일행이 겪은 일에 대해 이야기하자 담당자는 호텔 업그레이드를 해줬다고 말했다. 원래 방비엥에서 머물 숙소는 3성급에 해당하는 ‘로웅 나콘 방비엥 호텔’이지만 4성급 ‘타위숙 호텔’로 바꿨다는 것. 온라인 예약 사이트에서 조회해 보니 스탠더드 객실의 5월 중순 기준 요금은 전자가 23.1달러부터, 후자가 28.9달러부터 판매되고 있다. 하루 6500원 정도 더 비싼 방을 이틀간 썼으니 총 업그레이드 비용은 1만3000원. 하지만 여행사는 호텔 업그레이드 비용으로 5만원을 받았다.

비싼 추가 비용을 냈으니 호텔을 바꿔주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단체로 움직여야 하는 패키지여행 특성상 일행들의 숙소를 분리하기란 어려운 노릇. 그래서 여행사는 추가 비용을 낸 A씨 일행 3명 외에 나머지 인원 2명의 숙소도 4성급으로 업그레이드했다고 담당자는 말했다. 어이가 없다. 그럼 추가 비용을 낸 사람들은 다른 이들의 호텔 요금을 대신 내준 꼴이 아닌가. 여행사 홈페이지에는 ‘호텔 업그레이드 시 비엔티안 5성급, 방비엥 4성급’ 호텔에 묵는다고 돼 있다. 그러나 A씨 일행은 비엔티안에서도 기자와 같은 3성급 호텔에 머물렀던 만큼 납득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담당자의 해명은 처음 A씨에게 이야기한 것과 달랐다. 패키지여행 경험이 많은 A씨는 출발 전 여행사와 통화할 때 ‘돈을 더 내면 일행과 다른 호텔에 묵는 것이 확실한지’ 몇 번이나 물었다고 했다. 보통 패키지여행에서는 일행을 분산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담당자는 다른 객실이 아니라 ‘다른 더 좋은 호텔’에 숙박한다고 재차 확인해 줬다. 그런데도 막상 여행지에선 내내 다른 이들과 같은 호텔에 묵었으니 화가 날 수밖에.

A씨에 따르면 여행사는 ‘다른 일행도 추가 비용을 내고 호텔 업그레이드를 신청했다’고 거짓말을 했다. 거짓말한 이유를 묻자 담당자는 “부득이하게 그렇게 됐다”고 얼버무렸다. 계속 따져 묻자 “안내를 자세히 드리지 못한 것은 불찰이었다”고 했다. A씨는 보물섬투어의 라오스 상품이 다른 여행사보다 1인당 약 30만원 정도 싸서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 대가는 후회뿐이었다.
느리게 흘러가는 '힐링의 땅' 라오스…여행사의 거짓말에 뒷맛은 씁쓸했다
총평-아직도 갈 길 먼 패키지여행

워낙 한국인이 많이 가는 통에 예전의 낯설음이 많이 사라진 라오스. 하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여행지였다. 서비스 수준은 낮지만 ‘기대치를 좀 낮추면’ 충분히 즐길 만하다.

느리게 흘러가는 '힐링의 땅' 라오스…여행사의 거짓말에 뒷맛은 씁쓸했다
여행상품은 40만원대라는 가격 대비 품질이 꽤나 만족스러웠다. 식사 수준이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았고, 첫날 숙소를 제외하면 객실도 괜찮았다. 버스가 넓고 편안해서 긴 이동시간에도 피곤하지 않았다. 가이드는 옵션이나 쇼핑을 하지 않는 이들에게 지나치게 강요하지도 않았다. 호텔 업그레이드가 이뤄지지 않아 불만이 생긴 여행객들도 가이드가 워낙 고생을 많이 해서 더 이상 불평하지 않았다고 했을 정도다. 하지만 푼돈을 노린 여행사의 꼼수 때문에 기분이 개운치 않았다.

Tip - 라오스 항공편

한국에서 직항편을 이용해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으로 바로 갈 수 있다. 현지 가이드가 추천한 항공사는 라오스의 국적항공사 라오항공(laoairlines.co.kr). 기존에는 인천~비엔티안 왕복 노선만 판매했으나 현재는 루앙프라방~인천 편도 노선도 주2회(화·토요일) 운항 중이다. 밤 12시30분 루앙프라방을 출발해 오전 7시5분 인천에 도착한다. 라오항공의 인천~비엔티안 직항 노선은 주5회(월·화·목·금·토요일) 오전 10시40분에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한다. 돌아오는 편은 주3회(월·목·금) 일정으로 루앙프라방~인천 노선과 출발·도착시간이 같다.

비엔티안(라오스)=글·사진 김명상 기자 ter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