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정책'의 역설…일자리 34만개 날렸다
정부와 국회가 저소득층 등 경제적 약자를 돕겠다며 내놓은 최저임금제, 비정규직보호법, 파견근로자보호법 등 이른바 ‘서민 지원 3대 정책’이 도리어 서민들로부터 양질의 일자리 34만개를 빼앗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원리를 무시한 대중인기영합정책으로 ‘일자리 불임(不妊)’을 초래한 서민정책의 역설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28일 한국경제신문이 한국경제연구원과 공동으로 주요 서민 지원 정책이 일자리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결과, 비정규직 근로자를 보호하겠다며 2008년 도입한 기간제근로자(비정규직)보호법으로 인해 2009년 이후 작년까지 서민 일자리 10만341개가 계약기간 2년 미만의 불안정한 일자리로 전락했다.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강제하면서 기업들이 2년이 되기 전에 비정규직의 계약을 대거 해지하고 있어서다.

저소득층을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1988년 도입한 최저임금은 매년 인상되고 있지만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일자리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최저임금이 계속 올라가면서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영세기업들이 기존 정규직 일자리를 없애고 단기 근로자 등으로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5년 이후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최저임금도 못 받는 불안정한 일자리는 16만8000여개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파견근로자에 대한 차별대우 등을 개선하겠다며 1999년 도입한 파견근로자보호법도 취지와 달리 일자리만 줄인 것으로 분석됐다. 파견 기간이 최대 2년인 안정적인 파견근로자 일자리는 최근 10년간 7만2000여개 줄었다. 파견근로 직종을 극도로 제한하면서 인력 운용이 어려워진 기업들이 파견근로를 줄이는 대신 초단기 계약직 근로자를 채용하는 방식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제, 비정규직보호법, 파견근로자보호법 외에도 중소기업적합업종과 대형마트 의무휴업 등 ‘약자보호정책’의 역효과까지 고려하면 감소한 일자리는 40만개를 넘을 것으로 추정됐다.

세종=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