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의 메시지 >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이 2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성완종 리스트’ 파문 등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대통령의 메시지 >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이 2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성완종 리스트’ 파문 등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미 4개국 순방 중 강행군에 따른 건강 이상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현안 대응 속도가 다소 느려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은 빗나갔다. 박 대통령은 28일 국무회의를 주재하지 않았을 뿐, 청와대 홍보수석을 통해 ‘성완종 정국’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쏟아냈다. ‘성완종 파문’에 따른 국정 혼란을 조기에 진화하지 않으면 집권 3년차 국정개혁 과제에 시동조차 걸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컸기 때문이라는 게 청와대 참모들의 설명이다.

○“성완종 두 차례 사면 납득 안돼”

박 대통령이 이날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을 통해 밝힌 ‘성완종 파문 등 최근 국정 현안 메시지’는 A4 용지 3장 분량에 달했다. 박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 시절 이뤄진) 고(故) 성완종 씨에 대한 연이은 사면(2005년과 2007년)은 국민이 납득하기 어렵고 법치를 훼손하며 궁극적으로 나라 경제도 어지럽히면서 결국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나는 계기를 만들었다”며 “이에 대해 제대로 진실을 밝히고 제도적으로 고쳐야 우리 정치가 한 단계 더 발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완구 전 국무총리 사퇴에 대한 유감 표명과 함께 정치개혁, 특검에 대한 입장, 공무원연금 개혁 필요성 등을 언급했다. 이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대목은 노무현 정부 시절의 ‘성완종 특별사면 의혹’에 대해 “국민도 납득하기 어렵다”며 직설적으로 입장을 밝혔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은 “법치의 훼손이자 궁극적으로 나라 경제를 어지럽힌 일”이라고 규정했다. 이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야당의 정치공세에 더 이상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고 해석했다.

박 대통령은 아울러 사면 원칙에 대해 “법치주의를 확립하기 위해 예외적으로 특별하고 국가가 구제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만 행사해야 한다”며 “경제인에 대한 사면은 납득할 만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정치자금도 수사하나

‘성완종 파문’을 계기로 그동안 만연한 정치 부패를 이번 기회에 반드시 털어내겠다는 의지도 천명했다. 특히 “금품 의혹 등이 과거부터 어떻게 만연해오고 있었는지 등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말해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수사 범위가 여야를 막론하고 과거 정치자금 수수 문제까지 확대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특검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성완종 파문에 대한) 특검은 현재 진행되는 검찰 수사를 지켜본 뒤 국민적 의혹이 남아있다면 여야가 합의해서 해야 할 것이다. 의혹이 남는다면 당연히 해야 한다”며 국민 의혹 해소와 여야 합의를 전제로 ‘선(先) 검찰 수사, 후(後) 특검’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박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4대 부문 구조개혁의 하나로 정부가 추진 중인 공무원연금 개혁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여야 합의 처리 시한(5월2일)이 나흘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을 상기하면서 “국가 경제를 위해 연금개혁을 반드시 관철시켜 줄 것을 국회에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몸통인 사건”

새정치민주연합은 박 대통령의 메시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문재인 대표는 박 대통령이 성 전 회장의 특사 문제를 언급한 것과 관련, “이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고 직접 정쟁을 부추기고 나서는 것은 대통령으로서 할 일이 아니다”며 “선거의 중립도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성완종 리스트는) 대통령이 몸통인 사건”이라고 했다. 당 ‘친박 비리게이트 대책위’ 전병헌 위원장은 “고심 끝에 나온 대통령의 대독 메시지는 야당을 상대로 한 선전포고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새정치연합은 ‘성완종 파문’과 관련해 별도 특검법안을 마련, 이날 발의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