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훈(왼쪽부터), 신현식, 송창현, 김병태, 이동건 등 세종M&A팀 변호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법무법인 세종 제공
이성훈(왼쪽부터), 신현식, 송창현, 김병태, 이동건 등 세종M&A팀 변호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법무법인 세종 제공
법무법인 세종이 올 1분기(1~3월) 기업 인수합병(M&A) 관련 법률자문 분야(경영권 이전 기준) 실적에서 1위를 기록했다. 분기별 실적에서 같은 기준으로 세종이 1위를 차지한 것은 6분기 만이다. 세종은 지난 한 해 전체 실적으로는 김앤장, 광장에 이어 3위를 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세종은 “작년부터 팀장의 권한을 명확히 하는 등 M&A팀 조직에 변화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특별히 팀원에게 마케팅을 독려하고 관련 정보를 보고토록 하는 등 컨트롤타워로서의 권한을 팀장에게 줬다. 세종의 한 변호사는 “자기 잘난 맛에 사는 변호사들에게 위계질서를 만들어 실적을 내도록 다그친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세종에는 총 40여명의 M&A 전문변호사가 포진해 있다. 임재우 변호사의 총괄 지휘 아래 송창현·신현식·이동건·이성훈·장재영 파트너 변호사가 팀장을 맡아 꾸려가는 체제다. 이들을 비롯해 40대인 중고참 파트너 변호사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클라이언트를 직접 상대하게 한 것이 세종 M&A팀 약진의 또 다른 요인으로 꼽힌다.

이성훈 변호사는 “저만 해도 8년차 파트너지만 클라이언트와 수시로 전화한다”고 말했다. 주니어 변호사에게 업무의 상당 부분을 맡기는 일부 로펌과는 질적인 면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여기서 파생한 문화가 ‘피어 프레서(peer pressure·동료 간 압박)’다. 세종에서는 파트너라고 해도 뒷짐 지고 앉아 있으면 “너 왜 일 안 하냐”고 대놓고 핀잔을 주는데, 그 압박이 상당한 수준이라고 한다. 구성원들 간에 수익을 배분하는 구조에서도 특이점이 있다. 일감을 따오는 이른바 ‘찍새’ 변호사가 고객 유치 공로를 인정받아 수임료의 일정 부분을 떼가는 것이 로펌의 관례다. 하지만 세종에서는 ‘찍새’ 혼자 먹는 구조가 아니라 그가 속한 팀이 나누는 구조라고 한다. “세종이라는 브랜드가 있기 때문에 일을 따올 수 있었지 그게 어디 혼자만의 공으로 돌릴 수 있겠느냐”는 이유에서다. 이를 ‘크레딧(credit) 나누기’라고 한다. 인맥이 많아 일감을 쉽게 따올 수 있는 고참 파트너들에게 크레딧 나누기는 연봉에서 마이너스 요인이다. 클라이언트 역시 특정 변호사가 독점하지 못하게 공유한다. 선배 변호사가 클라이언트를 만날 때 후배 변호사를 반드시 대동하도록 해 고객을 인수·인계하는 관행을 만들어가고 있다.

송창현 변호사는 “일감을 유치하는 단계부터 팀장급 파트너들이 전 과정을 책임지고 이끌어가도록 시스템화하고 있는데 이런 노력을 시장에서도 알아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