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이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발표한 ‘미·일 공동비전성명’은 양국이 군사·경제 분야를 두 축으로 강력한 동맹을 맺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패권 확장을 시도하는 중국에 공동 대응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군사적으로는 미·일 방위협력 지침을 개정해 일본 자위대의 활동 범위를 넓히고, 경제적으로는 중국을 배제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으로 견제·압박하겠다는 것이다. 전쟁 후 70년이 지나는 동안 ‘적대국이 부동의 동맹국이 됐다’는 공동성명의 표현에서 드러나듯 양국은 군사·경제 동맹의 한 단계 격상을 통해 상호 의존·협력을 심화하겠다는 뜻을 밝혀 동북아 질서의 격변을 예고했다.

美·日 공동비전 성명 발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는 공동성명에서 “미국과 일본은 70년간 세계평화와 안전, 번영에 지속적으로 기여해온 파트너십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특히 2차대전 종전 70주년을 맞은 올해 양국의 파트너십은 화해의 힘이 보여줄 수 있는 표본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의 적이었던 두 나라가 견고한 동맹으로 변했다”며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과 일본의 적극적 평화기여 정책을 통해 우리는 지역과 세계의 평화롭고 번영된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동성명에는 전날 양국이 미군과 일본 자위대의 군사활동 범위를 전 세계로 넓히는 내용의 방위협력 지침에 대해 “동맹을 변화시키고 (중국에 대한) 억지력을 강화하며 장기적인 안보과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 외교소식통은 “힘으로 주권과 영토의 통합성을 해치는 것은 국제질서에 대한 도전이라고 밝힌 것도 중국과 분쟁 발생 시 양국이 강력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며 “미·일 동맹의 강도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음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라고 전했다.

두 정상은 동맹의 또 다른 한 축인 TPP와 관련, “양자협상에서의 중요한 진전을 환영하며, 조속하고 성공적으로 협정을 마무리하기 위한 협력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일본군 위안부관련 질문을 받고 “깊은 고통을 느낀다”고 말했다. 위안부 강제동원에 대한 사죄발언은 없었다.

美의 ‘아시아 재균형’과 日의 ‘보통국가’

미·일 신동맹은 양국의 이해관계가 딱 맞아떨어진 결과다. 미국은 군사·외교 역량의 중심축을 아시아지역으로 이동하는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표방해왔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이슬람국가(IS) 격퇴 전쟁 등에 발목이 잡혀 있다. 중국은 날로 세력을 확장하는데 미국은 돈(국방비)에 발목이 잡혀 있었다. 그런데 아베의 일본이 ‘돈’과 ‘군사력(자위대)’을 지원하겠다고 나서자 양국관계가 급속히 호전됐다. 미국으로서는 아시아 재균형 전략의 성공을 위해 일본을 ‘대리자’로 내세우고, 일본은 동북아에서 중국의 세력 확장을 차단하고 재무장을 통한 이른바 ‘보통국가’로 변신하겠다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설명이다. 공동성명에서 “두 나라는 아·태지역 평화와 안정의 코너스톤”이라고 언급한 배경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일 신동맹에 걸맞게 아베 총리를 예우하고 나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상회담 하루 전날인 27일 오후 예고 없이 아베 총리와 함께 워싱턴DC 링컨기념관을 찾았다. 28일 백악관 행사일정은 ‘아베의 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오바마 대통령 부부는 오전 9시 백악관 남쪽 잔디광장에서 아베 총리 부부 환영행사를 열었다. 오전 10시 정상회담, 낮 12시 기자회견, 오후 7시30분 국빈만찬까지 아베 총리를 위한 일정이 이어졌다.

워싱턴·도쿄=장진모/서정환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