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갇힌 관광진흥법…4월 처리도 물건너가나
‘학교 앞 호텔 법’으로 불리는 관광진흥법이 여야 이견으로 4월 국회에서도 처리가 어려울 전망이다. 이 법안은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과 함께 처리가 계속 미뤄지고 있는 대표적인 경제활성화법이다. 2012년 10월 정부가 발의한 뒤 2년6개월째 국회에 발이 묶여 있다.

◆여야 합의 ‘공수표’ 되나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4월 임시국회 개원 이후 지난 17일 첫 전체회의에서 관광진흥법을 두고 여야 간 설전을 벌인 뒤 후속 회의 일정이 줄줄이 무기 연기될 정도로 난항을 겪었다. 오는 30일 어렵사리 회의를 열기로 했지만 여야 간 입장은 여전히 첨예하게 맞서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제출한 관광진흥법 개정안은 학교 경계로부터 50~200m에서 관광호텔을 지을 때 학교 정화위원회의 심의(허가)를 거치지 않도록 했다. 이를 위해서는 객실이 100실 이상이어야 하고 유흥업소 등 유해시설을 운영할 수 없다. 여야는 지난달 2일 원내대표 회동에서 야당이 요구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처리와 함께 “여야는 관광진흥법, 생활임금법(최저임금법)을 4월 임시국회에서 우선 처리하도록 노력한다”고 합의했다.

여당은 외국인 관광객이 빠르게 증가하고 국내 관광호텔이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어 관광호텔 신축을 위한 규제를 하루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문위 새누리당 측 간사인 신성범 의원은 27일 기자와 만나 “호텔을 건립하는 데 3년여가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빨리 처리해야 하는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특혜법” “직접 수혜 없어”

야당의 입장은 강경하다. 학교 인근에 호텔이 들어서면 학습권을 침해할 수 있지만 이에 대한 정부와 여당의 보완책이 충분치 않다고 주장한다. 교문위 야당 측 간사인 김태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일단 법안심사 소위에 상정해서 심의하려 했지만 여당에서 (원내대표부 지침이라며) ‘통과를 약속하지 않으면 법안소위를 열지 않겠다’고 했다”며 “법안심사 전에 어떻게 통과 약속을 하나”라고 했다.

또 “학습권과 안전에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와 여당이 이를 넘어서는 이유를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정치연합 원내지도부는 “4월 국회에서 절대 처리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와 여당은 관광호텔을 유해시설이나 러브호텔로 봐선 안 된다고 맞서고 있다.

또 하나의 쟁점은 대기업 특혜 여부다. 관광진흥법으로 학교 인근에 호텔 건립이 가능해지면 대한항공이 추진했던 경복궁 인근 7성급 한옥 호텔 건설 프로젝트도 숨통이 트이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대한항공은 서울 송현동 터를 2008년 사들여 호텔 건축을 추진했다. 그러나 인근에 풍문여고를 비롯해 학교가 3개나 있어 교육환경 침해를 이유로 결국 불허 결정을 받은 바 있다.

새누리당은 관광진흥법이 통과되더라도 대한항공이 직접적인 수혜를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한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관광진흥법이 통과되더라도 대한항공의 송현동 부지는 서울시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사안”이라며 “야당이 관광진흥법을 ‘재벌 특혜’라고 규정하는 것은 법안 처리를 막기 위한 억지 논리”라고 말했다.

조수영/진명구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