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공식 방문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7일 하버드대 정책대학원인 케네디스쿨에서 학생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일본군 위안부 강제 동원과 관련, “이 문제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으나 사과나 사죄의 뜻을 밝히지는 않았다. 보스턴EPA연합뉴스
미국을 공식 방문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7일 하버드대 정책대학원인 케네디스쿨에서 학생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일본군 위안부 강제 동원과 관련, “이 문제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으나 사과나 사죄의 뜻을 밝히지는 않았다. 보스턴EPA연합뉴스
일본 자위대가 세계 어디에서든 미군과 연합작전을 벌일 수 있게 된다. 또 자위대가 한반도 주변에서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경우 한국의 주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내용도 새로운 미·일 방위협력지침에 반영됐다.

미국과 일본은 27일 뉴욕 월도프아스토리아호텔에서 미국 존 케리 국무장관과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 일본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 및 나카타니 겐 방위상이 참석한 가운데 외교·국방장관 연석회의(2+2)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새로운 미·일 방위협력지침을 확정했다.

◆자위대 작전 제한 풀려

18년 만에 개정된 미·일 방위지침은 미군에 대한 일본 자위대의 후방 지원을 전 세계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기존 지침은 미·일 협력의 지리적 범위를 한반도와 대만 해협을 아우르는 일본 주변으로 제한했지만 새로운 지침은 이 같은 지리적 제약을 없앴다. 이에 따라 자위대는 일본의 원유 수송로인 중동 호르무즈해협에서 미군을 위한 후방 지원에 나설 수 있게 되고, 미국이 관여하는 국제분쟁도 지원할 수 있게 된다. 외교 전문가들은 “미·일 동맹 행동반경의 세계화와 중국에 대한 억지력 강화가 이번 지침의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미·일 양국은 이 지침에서 △평소 협력 △일본의 평화·안전에 대한 잠재위협 대응 △일본에 대한 무력공격 사태 대처 △집단자위권 행사를 전제로 일본 이외의 국가를 겨냥한 무력 공격에 대한 행동 △일본의 대규모 재해 대처 협력 등 5개 분야에 걸친 미군과 자위대의 협력을 규정했다. 외교 소식통들은 “미군을 지원하기 위해 세계 어디든 자위대를 파견할 수 있고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후방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일본이 평화헌법의 구속을 받는 국가에서 보통 국가로 가는 수순”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미·일 양국은 또 일본의 요구에 따라 양국이 공동으로 무력행사를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례로 ‘섬 방위’를 적시했다. 일본이 실효지배 중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중국이 공격할 경우 일본이 주체적으로 군사작전을 수행하고 미군이 자위대를 지원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 주권 존중” 포괄적 반영

미·일 양국은 새 지침에서 “양국이 미국 또는 제3국에 대한 무력 공격에 대처하기 위해 주권의 충분한 존중을 포함한 국제법 및 각자의 헌법과 국내법에 따라 행동을 취해나간다”고 명기했다.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 주변 지역에서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경우 한국의 주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내용이 반영된 것이다.

이는 한·미·일 3국이 지난 17일 ‘3자 안보토의(DTT)’ 직후 발표한 공동보도문에서 “제3국의 주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당시 한국 국방부는 ‘미·일 방위지침에서 자위대가 한국의 영해나 영공에 진입할 때 우리 측의 사잔 동의나 요청이 있어야 한다’는 보다 구체화된 내용이 반영될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새 지침에서는 ‘주권 존중’이라는 다소 포괄적이고 일반화된 내용만 들어갔다는 지적이 나온다.

■ 미·일 방위협력지침

일본이 다른 국가로부터 공격받을 때와 주변에서 전쟁이 벌어질 때 미군과 일본 자위대의 구체적인 작전·정보·후방지원 협력과 역할 분담을 정한 가이드라인을 말한다. 옛 소련의 침공에 대비해 1978년 처음 제정됐고 1997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개정이다.

도쿄·워싱턴=서정환/장진모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