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해양을 하나의 국가로 가정한다면 경제 규모는 어느 정도가 될까.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는 25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환경보호단체인 세계자연보호기금(WWF)과 캐나다 퀸스대, 보스턴컨설팅그룹이 공동 연구해 내놓은 ‘해양 경제 되살리기’라는 보고서를 인용, 연간 세계 해양에서 생산되는 각종 상품과 서비스를 합한 규모가 세계 7위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에 해당한다고 보도했다.
해양 연 생산규모, GDP로 따지면 세계 7위
이 보고서에 따르면 물고기를 비롯해 연간 세계 해양에서 나오는 상품과 서비스의 총생산(GMP·Gross Marine Product)은 적어도 2조5000억달러로 추산된다. 국가의 연간 GDP 규모와 비교하면 6위인 영국(2조8476억달러) 다음이며 브라질(2조2000억달러), 이탈리아(2조1293억달러), 러시아(2조573억달러)를 넘어선다.

해양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가치는 24조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WWF는 어류, 산호초, 해초 등 해양에서 직접 생산되는 자원 가치가 6조9000억달러, 해양을 통한 무역 및 운송에서 얻어지는 자산가치가 5조2000억달러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또 관광, 해양스포츠 등 해안지대에서 이뤄지는 각종 활동에서 창출되는 가치가 7조8000억달러, 탄소 흡수를 통해 나오는 가치는 4조3000억달러로 추산했다.

이 같은 해양의 자산가치는 세계적 국부펀드의 자산 규모보다 훨씬 크다.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연기금펀드가 운용하는 자산은 8930억달러로 해양 자산가치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세계 2위 국부펀드인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투자청의 자산은 7730억달러, 사우디아라비아통화청(SAMA)의 자산은 7570억달러, 중국투자유한책임공사의 자산은 6530억달러로 해양의 자산가치에 크게 못 미친다.

WWF는 이 같은 해양의 자산가치도 실제로는 저평가됐다고 분석했다. 풍력에너지와 해양 원유, 천연가스 등은 정확한 규모와 매장량을 파악하기 어려워 해양의 자산가치에 반영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WWF는 이처럼 큰 가치를 가진 해양이 오염, 서식지 파괴, 기후변화 등으로 다양한 위협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전체 어종의 90%가 남획되고 있으며, 산호초는 지금의 해양생태계 파괴 속도가 이어진다면 35년 내에 멸종될 것으로 예측됐다.

데이비드 누스바움 WWF 영국 지부장은 “정부와 개인 모두 해양의 역할을 인식하고 지속적인 경영과 투자가 필요한 중요한 사업자산으로 평가해야 한다”며 “해양은 기후조절 장치이자 이산화탄소 흡수계로서 세계 경제성장에 기여하고 있지만 기온 상승과 과도한 산성화가 이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WWF는 해양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2020년까지 해안지대의 10%를 보존하고 추가적인 기후 변화를 막는 한편 해양생태계 회복을 유엔의 주요 아젠다로 만들 계획이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