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0만달러 투자 유치한 23세 재미동포
‘14세 때 과외사업으로 연 2억원을 벌어 집 없는 홈리스와 가난한 학생들 지원. 2년 뒤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선후보 캠프에서 현장 조직관리 담당. 17세에 카운티 교육위원에 출마해 당선. 2010년 미국청소년협회(NYA) 설립. 2013년 스타트업 창업, 지금까지 1800만달러 투자 유치.’

지난해 10월 CNN이 선정한 ‘세상을 바꾸는 스타트업 10대 기업’에 뽑힌 피스칼 노트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팀 황(한국명 황태일·사진)의 이력이다.

그는 23세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다채로운 경력을 갖고 있다. 지난 24일 뉴욕 맨해튼에서 KOTRA가 젊은 한인 창업자를 대상으로 연 스타트업 행사에 멘토로 나온 팀 황 CEO는 “항상 뚜렷한 목표를 정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피스칼 노트는 법률적 분석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회사다. 예를 들어 시민단체의 입법청원이나 의회에 계류 중인 법안이 실제 통과될지를 자체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제공하는 식이다. 미 의회에서 발의되는 각종 법안을 데이터로 축적해 고객에게 제공한다.

“돈이 되느냐고요? 고객회사를 보면 압니다.”

모바일 차량 제공업체인 우버와 리프트, 제약회사 셀젠 GSK 등 쟁쟁한 기업뿐만 아니라 비영리재단, 미국과 캐나다 정부기관, 로비회사들이 고객이다. 야후의 창업자인 제리 양, 억만장자 투자자 마크 큐번 등이 투자자다.

팀 황 CEO의 창업 이력은 중학교 2학년 때로 거슬러올라간다. “교육열이 강한 부모들이 많은 돈을 내가며 자녀를 과외시키는 것을 보고 어리석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는 특정 과목을 먼저 수강한 학생이 다른 학생에게 싼 가격으로 과외사업을 시작했다. 미국 대도시 전역에 3000명이 넘는 과외 교사를 관리하며 연간 2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이 돈은 노숙자에게 이불을 사주거나 가난한 학생에게 학용품을 지급하는 자선활동에 썼다. 이 사실이 지역사회에 알려졌고, 한 선출직 변호사의 선거 운동에 참여한 인연으로 2008년 오바마 민주당 대선후보 캠프에 합류하게 됐다.

“나중에 정치를 하겠다고 마음먹었는데 프린스턴대에서 정치와 함께 컴퓨터공학을 공부하면서 생각이 달라졌죠. 4학년 때 친구와 엔지니어 4명이 실리콘밸리의 한 모텔에서 3개월간 거의 매일 밤을 새우다시피 작업해 검색 알고리즘을 개발했습니다.” 피스칼 노트가 탄생한 과정이다. 지금은 하버드 경영대학원(MBA)을 휴학하고 사업에만 매달리고 있다.

그의 사업가 정신은 어디서 나왔을까. “학교가 재미없었습니다. 큰 도전을 가져다주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시간이 많았죠.(웃음) 나이나 배경을 따지지 않고 능력과 의지를 보고 기회를 제공하는 미국의 기업 문화가 큰 영향을 줬습니다.”

팀 황 CEO는 앞으로 소송 정보를 이용한 서비스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판결문과 판사들의 이력을 분석하고 지난 소송 결과에 대한 통계를 제공할 예정이다. 그는 “분야를 확대해 블룸버그나 톰슨 로이터, 렉시스넥시스 같은 금융·법률관련 전문 리서치회사를 뛰어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