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 세운 스마트폰, 꿋꿋한 반도체, 기죽은 TV.’

삼성전자의 지난 1분기 사업부문별 성적표다. 스마트폰 사업은 작년 하반기 부진을 씻고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지난해 스마트폰 부진을 메웠던 반도체는 안정적인 이익 증가세를 이어갔다. 반면 9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한 TV는 달러화 강세의 직격탄을 맞아 적자로 전환했다.
삼성, 스마트폰 부활 신호탄…반도체 꿋꿋, TV사업은 고전
○체면 세운 스마트폰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책임지는 IT·모바일(IM)부문은 지난해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작년 1분기만 해도 6조43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거침없이 질주하는 듯했다. 당시 회사 전체 영업이익(8조4900억원)의 75%가 IM에서 나왔다. 하지만 2분기부터 불안한 모습을 보이더니 급기야 3, 4분기 연속 영업이익이 1조원대로 주저앉았다. 갤럭시S5의 판매 부진이 원인이었다. 고급 폰은 미국 애플, 중저가 폰은 중국 샤오미 등의 협공에 시달렸다. 업계에선 “스마트폰으로 돈 버는 시대는 갔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왔다. 신종균 IM부문 사장도 경질설에 휘말렸다.

올 들어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IM부문은 1분기에 2조7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작년 4분기(1조9600억원)보다 38% 늘었다. 증권가 추정치(2조4000억~2조5000억원)도 뛰어넘었다.

삼성 스마트폰의 부활 배경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강력한 비용 절감 효과다. 삼성 관계자는 “광고비를 비롯한 판매관리비를 작년 4분기보다 대폭 줄였다”고 말했다. 갤럭시S4, 갤럭시S5의 재고 정리가 작년 하반기 일단락된 게 판매관리비 절감에 도움이 됐다.

두 번째는 신제품 갤럭시S6(갤럭시S6엣지 포함)의 선전이다. 갤럭시S6는 이달 10일 공식 출시됐다. 하지만 삼성은 3월부터 세계 이동통신사에 선주문 형태로 갤럭시S6를 팔았다. 때마침 국내외 언론에서 갤럭시S6가 호평을 받으면서 사전판매에 탄력이 붙었다. 이 실적이 1분기 성적표에 반영됐다.

삼성 안팎에선 갤럭시S6 판매가 본격화된 2분기에는 IM부문 영업이익이 4조원대로 올라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

○메모리반도체 약진, TV는 적자

반도체·디스플레이를 담당하는 부품(DS)부문은 작년 하반기에 이어 올 1분기에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1분기 영업이익은 3조4000억원으로 작년 4분기(3조1300억원)보다 늘었다. 반도체가 2조9000억원, 디스플레이가 5000억원가량 이익을 냈다.

반도체는 분야별로 온도 차가 컸다.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는 3조원 넘는 이익을 냈지만 시스템반도체는 당초 흑자전환 기대에 못 미치며 적자를 이어갔다. 다만 삼성 시스템반도체 사업부가 독자 개발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가 갤럭시S6에 탑재된 데다 미국 애플, 퀄컴의 모바일 AP도 하반기 이후 삼성이 위탁생산할 가능성이 높아 향후 실적 전망은 밝은 편이란 게 삼성 안팎의 분석이다.

TV·생활가전을 맡고 있는 소비자가전(CE)부문은 저조한 성적을 냈다. 작년 4분기 1800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이 올 1분기 1300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삼성의 TV 사업도 수백억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삼성이 TV부문에서 적자를 낸 것은 2006년 세계 1위에 오른 이후 거의 10년 만에 처음이다. 미국 달러화 강세로 유럽과 브라질, 러시아 등 신흥시장 통화가치가 하락한 게 부담이 됐다. 이들 지역에서 현지 통화로 환산한 TV 가격이 올라 영업에 타격을 입었다. 전통적 비수기인 1분기에 TV 패널 가격이 강세를 보인 점도 악재였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SUHD TV 판매 확대를 위한 마케팅 비용 증대와 엔저(低)를 등에 업은 소니의 저가 공세도 TV부문 수익성 악화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