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 앞으로 10년간 자주 올 것" vs "규칙적인 주기 없어"
네팔 수도 카트만두 인근에서 지난 25일 리히터 규모 7.8의 강한 지진이 발생해 25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왔다. 네팔과 가까운 중국 시짱(西藏)과 대만 화롄(花蓮)현 앞바다에서도 이날 잇달아 지진이 일어나면서 지구촌이 지진 공포에 휩싸였다. 지구적인 대지진 전조가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의 해석은 엇갈린다. 과거 지진 사례를 근거로 앞으로 10년간 대지진이 일어날 확률이 높다고 예상하는 사람과 지진을 규칙적 주기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히말라야는 지진 빈발 지역

지구 표면은 작은 천 조각을 이어붙인 조각보처럼 거대한 땅덩어리들이 맞닿아 있다.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지역은 두 지각판이 만나는 곳의 단층(斷層)이다. 지진이 단층면에서 일어나는 이유는 이곳이 이미 균열이 있는 지각의 취약지역이기 때문이다. 단층이란 과거 지각 변동으로 지층이 갈라져 떨어져나간 면이다. 이 상태에서 거대한 지각판이 밀어붙이면 단층 단면이 어긋나면서 지진이 발생한다.

태평양판 유라시아판 필리핀판 북아메리카판 등 네 개 지각판이 만나는 일본, 코코스판과 남아메리카판이 만나는 남미 칠레 일대 등이 강진이 자주 발생하는 이유다.
"대지진, 앞으로 10년간 자주 올 것" vs "규칙적인 주기 없어"
이번에 지진이 일어난 네팔의 히말라야산맥 일대도 지진 빈발 지역 중 한 곳이다. 히말라야는 인도판과 유라시아판의 충돌로 지각이 솟구쳐 생겨났다.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건 지각이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1934년에는 카트만두 동부에 규모 8 이상의 강진이 발생해 1만700여명이 사망했다. 인근의 중국 쓰촨성에서는 2008년 5월 규모 8의 지진으로 8만7000여명이 사망했고 2005년 8월에는 파키스탄 북서부 및 파키스탄령 카슈미르에 규모 7.6의 지진이 강타해 7만50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예측 힘든 지진 발생 시기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수개월간의 날씨를 예측하는 시대지만 지진 발생 직전 이를 예측한 연구자는 아직 한 사람도 없다. 지표면 밑에는 액체상태의 맨틀이 움직이고 있고 그 위를 지각이 떠다닌다. 땅속이 너무 넓고 깊어 현재의 관측 장비로 내부를 들여다보는 데 한계가 있다. 지표에 위성항법장치(GPS)를 설치해 땅의 뒤틀림을 살피는 기술이 이용되고 있지만 지진이 임박했다는 것을 예측할 뿐 정확한 시기를 알아낼 수는 없다.

대지진의 주기 예측에서도 과학자들의 견해는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지진의 반복성과 주기성을 근거로 앞으로 10년간 대지진이 이어질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1900년 이후 규모 8.6 이상의 지진이 발생한 것은 15번. 이런 초대형 지진은 1950~1960년대 20년간 집중적으로 발생했고 1970년대 이후에는 잠잠했다. 대지진이 다시 활발해진 것은 2004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대지진(규모 8.7) 이후다. 2010년 칠레 대지진(8.8), 2011년 동일본 대지진(9) 등 규모 8.6 이상 대지진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지구 지각판들의 응력(스트레스)이 쌓여 발생하는 대지진은 일정 주기성과 반복성을 보인다”며 “보통 20년 동안 지속되는 만큼 앞으로 10년은 계속 강력한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론도 나온다. 네팔 지진은 인도판과 유라시아판의 충돌로 발생한 것일 뿐 지구적인 지진 증가와는 관련이 없다는 설명이다. 마린 클라크 미국 미시간대 교수는 “수백만년 전 히말라야 탄생 과정을 고려할 때 이번 네팔 지진은 놀라운 일은 아니다”고 했다. 지헌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장은 “지진은 지구 내부 에너지가 외부로 표출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약간의 변화는 있지만 장기적인 변화나 흐름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10년, 20년 단위의 지진 주기설은 근거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