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년간 자금 유출로 몸살을 앓았던 해외 주식형 펀드가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유럽과 중국 주식에 투자하는 상품을 중심으로 올 들어서만 1조4000억원에 육박하는 자금이 새로 유입됐다. 40거래일이 넘도록 매일 환매 요청이 쏟아지는 국내 주식형 펀드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손 터는 개인투자자, 속 타는 국내 펀드, 속 풀린 해외 펀드
○6년 만에 찾아온 해외 펀드의 봄

24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해외 주식형 펀드로 유입된 자금은 1조3741억원이다. 이 중 70%가 넘는 9879억원이 최근 한 달 사이에 들어왔다. 국내 주식형 펀드 환매로 생긴 여윳돈 중 일부가 해외 주식형 펀드로 방향을 틀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해외 주식형 펀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2008년 인기를 끌었지만 중국 증시의 ‘거품’이 꺼진 2009년 이후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2009년 7월 시작된 월별 순유출 기록이 올초까지 67개월간 이어졌을 정도다.

반전을 이끈 것은 유럽과 중국 본토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들이다. 유럽계인 슈로더투자신탁운용의 간판 상품 ‘슈로더유로증권자투자신탁A(주식)’엔 올 들어서만 5105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다른 운용사 상품을 합하면 연초 이후 유럽 주식형 펀드로 유입된 유동성은 8000억원을 넘는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꺼내든 양적 완화 카드 효과다.

중국 본토 펀드들도 상하이종합지수 급등과 맞물려 모객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동부차이나본토펀드’ 등 4개 펀드가 올 들어 각각 1000억원이 넘는 돈을 새로 끌어들였다.

강영선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자산운용 상무는 “저금리, 저성장 시대가 오면 금융자산 중 일부를 해외로 돌리려는 수요가 늘기 마련”이라며 “글로벌 유동성 장세를 맞아 억눌려 있던 해외 투자펀드 열기가 되살아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펀드에는 다른 잣대

국내 주식형 펀드 시장은 딴판이다. 연초 이후 순유출액이 6조4561억원에 달한다. 코스피지수 상승세가 장중 2190선 아래에서 막힌 것도 연일 쏟아진 펀드 매물 때문이었다. 증권가에선 국내 주식형 펀드를 팔아 생긴 여윳돈 중 상당액이 다른 유형의 펀드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증시가 단기간에 많이 오른 만큼 지수 조정에 따른 위험은 줄여야겠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주식과 채권에 골고루 투자하는 국내 채권 혼합형 펀드(올해 순유입액 1조6877억원)로 갈아탄 것.

주목할 만한 대목은 해외 주식형 상품으로 옮겨간 자금들이다. 코스피지수가 연초 이후 10%가량 올랐다고는 하지만 20%가 오른 유럽, 35%가 뛴 중국에 비해선 상승폭이 작았다. ‘시장 과열에 대한 우려’라는 요인만으로는 이들을 설명할 수 없는 셈이다. 증권가에선 “투자자들이 잘 아는 시장일수록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태도를 갖는 심리가 작용한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태훈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2000선 안팎을 오르내리는 박스권 장세가 4년간 이어지면서 국내 주식형 펀드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졌다”며 “해외 펀드는 50% 이상의 수익을 기대하는 중장기 상품으로, 국내 펀드는 10%만 노리는 단기 상품으로 간주하는 투자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송형석/허란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