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인프라코어의 중국 굴삭기 생산법인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가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왔다. 소수 지분을 가진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대기업 경영권을 강제로 매각하는 첫 사례다. 대주주인 두산 측이 경영권 매각에 반대하고 있어 M&A 과정에서 두산과 PEF 간 갈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IMM PE, 미래에셋자산운용PE, 하나대투증권PE 등 PEF 세 곳은 이르면 이달 말 DICC 매각 공고를 낼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매각주관사를 맡은 말레이시아 투자은행(IB) CIMB는 공개 입찰 방식으로 매각을 추진할 계획이다. PEF 측 관계자는 “중국을 포함한 해외 글로벌 기업들이 DICC 경영권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PEF들은 매각 대상인 지분 100%의 가치가 최소 2조원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11년 4월 지분 20%에 투자할 당시 회사 가치가 1조9000억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PEF들은 DICC 지분 20%만 갖고 있지만 계약서상 ‘동반매도권’에 따라 두산 측 지분 80%를 포함한 지분 100%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소수 지분을 가진 주주가 대주주 지분까지 묶어서 팔 수 있는 권리가 동반매도권이다. 두산이 당초 지분 20%를 3개 PEF에 넘기면서 부여한 권리다.

정영채 NH투자증권 IB부문 대표는 “소수 지분을 가진 PEF가 대기업 반대를 무릅쓰고 동반매도권을 행사하는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두산이 매각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갖고 있는 만큼 제3자가 DICC를 통째로 사들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두산과 PEF들이 회사 경영권을 놓고 충돌하는 것은 지분 매각 당시 약속했던 기업공개(IPO)가 실적 부진으로 계속 연기되고 있어서다. 두산 측은 재무적투자자(FI)였던 PEF들에 3년 내 IPO를 약속했다. 하지만 PEF들의 투자 당시 사상 최고를 기록했던 DICC 실적은 경쟁 심화, 지방 건설 경기 침체 등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이 와중에 상장 시한이었던 지난해 4월 상장이 연기되자 양측 갈등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 PEF들은 DICC 지분 인수에 들어간 대출금(인수 금융)을 갚기 위해 두산 측에 여러 차례 배당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두산 측 관계자는 “계약서에 명시된 배당가능이익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배당 자체를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태호/좌동욱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