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투자자 근심거리 브라질 국채, 괜찮을까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재테크시장에선 브라질 국채에 대한 관심이 이례적으로 높았다.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신흥국의 수요 증대 덕에 원자재 가격의 상승세가 지속됨에 따라 높은 성장세를 보였던 브라질과 같은 원자재 수출국이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2년 이후 헤알화 가치가 떨어지기 시작했고, 작년 하반기부터는 신용등급(혹은 신용등급 전망)마저 강등당하면서 브라질 국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브라질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국내 투자자 중 환헤지를 하지 않았을 경우 헤알화 가치 급락에 따라 상당한 규모의 환차손을 입고 있는 상태다.

특히 브라질 경제는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을 비롯한 현 집권층이 각종 비리와 부패에 연루돼 앞날이 불투명하다. 브라질은 다른 중남미 국가와 마찬가지로 부패가 심한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작년 12월 독일의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한 부패보고서에 따르면 브라질의 부패도 지수는 43으로 175개 조사대상국 가운데 69위로 높게 나타났다.

최근에는 유럽 피치가 브라질의 신용등급 전망을 종전의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앞으로 6개월 안에 △거시경제지표 부진 △집권층 부정부패 △정부 부채 등에 개선이 없으면 신용등급이 강등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신용등급 또는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할 태세다.

만에 하나 브라질에서 외환위기와 채무불이행(디폴트)이 발생한다면 브라질 국채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가 많은 점을 감안할 때 한국 경제에도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미국의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때에 브라질에서 외환위기와 디폴트가 발생하면 세계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의외로 클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통화기금(IMF) 한국은행 등의 선행연구를 참조해 브라질과 같은 원자재 수출국의 외환위기와 디폴트 발생 가능성을 대내 4개(성장률·소비자 물가상승률·재정수지·정부부채), 대외 6개(경상수지·단기외채·외환보유액·수입보전월수·대외자금조달액·장기균형환율과 괴리도) 등 총 10개 항목을 토대로 평가해보면 가장 위험이 높은 국가는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로 나온다.

상대적으로 외환위기와 디폴트 발생 가능성이 가장 낮은 국가는 10개 평가 항목 중 경상수지 1개 항목만 적신호를 보인 콜롬비아다. 작년 4분기 이후 루블화 가치 폭락 등으로 각종 위기설에 시달렸던 러시아 등도 아직은 외환위기와 디폴트 가능성이 작은 것으로 평가된다.

부문별로 원자재 수출국을 평가해보면 대부분 국가가 ‘대외’ 보다 ‘대내’ 항목이 더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양한 형태의 위기를 겪었던 원자재 수출국이 종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외환보유액 확충 등 대외 항목 관리에 노력한 결과다. 같은 여건이라면 외환위기와 디폴트 발생 가능성이 더 낮아졌다는 의미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투자자 근심거리 브라질 국채, 괜찮을까
국내투자자가 관심이 많은 브라질은 다른 원자재 수출국에 비해 외환위기와 디폴트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원자재 수출국에 비해 대외 항목 관리가 잘 돼 외환위기와 디폴트 발생 가능성이 더 낮아진 점이 눈에 띈다. 하지만 시계열상으로 대부분 평가항목이 악화되고 있는 점은 우려된다.

부문별로도 소비자 물가상승률, 재정수지, 정부부채 등 대내 항목이 다른 원자재 수출국보다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권층의 부패와 함께 앞으로 브라질 정부가 풀어가야 할 숙제다. 이 때문에 브라질은 지금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국채 투자 매력도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2년 이후 브라질 경제를 지속적으로 어렵게 했던 원자재 가격은 점차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원자재 가격 예측과 관련해 가장 정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세계은행은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올해 상반기를 기점으로 안정 국면에 들어가 내년에는 올해보다 소폭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원자재 가격이 안정된다면 브라질 경제가 빠른 속도는 아니지만 점차 개선될 것으로 보는 예측기관이 늘어나고 있다. 이달 들어 IMF가 춘계 총회를 앞두고 발표한 세계경제 수정전망 보고서를 보면 브라질 경제는 올해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뒤 내년에는 1%대로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궁금한 헤알화 가치는 올 2분기 이후 급락세를 멈출 것으로 전망된다. 골드만삭스 등 37개 글로벌 투자은행은 내년 1분기까지 헤알화 가치가 달러당 3.1~3.2헤알대에서 유지되다 점차 절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브라질 국채를 가장 많이 판 특정 증권사가 최근 극단적인 비관론을 제시하면서 손절매를 권장하는 것은 투자자를 우롱하는 일이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