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서민금융, 자활 상담기능이 중요하다
한국은 가계부채 규모나 그 증가속도 문제로 걱정이 많다. 정책당국에서도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다. 얼마 전 마감한 안심전환대출도 이의 일환이다. 당초 예상한 한도를 훨씬 넘는 초과수요가 있어 급기야 추가 신청 기회를 주기도 했다. 가계부채 문제가 금융시장 불확실성의 요인이 되지 않도록 정책당국이나 금융회사, 소비자 개인 모두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번 안심전환대출 시행과정에서 서민에 대한 금융 등 자활(自活) 지원에 관한 관심이 더욱 커졌다.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졌다는 현장 목소리가 많다. 이들은 급전이 필요할 때 금융회사에서 돈 빌리기도 쉽지 않다. 금융회사에서는 신용리스크, 즉 떼일 확률이 높으므로 대출을 꺼린다. 취급하더라도 높은 금리를 요구한다. 이런 금융회사들을 탓할 수는 없다. 이들 서민에 대한 금융지원을 담당할 금융회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제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경쟁사회에서 탈락하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다만 이들이 재기할 수 있는 기회는 주어져야 한다. 이들이 자활하지 못하고 빈곤층으로 떨어진다면 결국에는 국가에서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해야 한다. 복지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비용이 엄청나게 들어갈 것이다. 국민행복기금, 신용회복위원회, 미소금융재단, 지역신용보증재단, 한국이지론에서 저신용·저소득 금융취약계층이 이용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서민의 눈높이를 맞추기에는 태부족이다. 이번에 금융위원회에서 서민금융지원체계 개편을 골자로 하는 ‘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을 국회에 제출한 것도 서민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자활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정책적 판단일 것이다. 가칭 서민금융진흥원을 설립해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서민금융과 자활 서비스를 맞춤식으로 원스톱 서비스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있다. 채무상담, 채무조정, 소액자금대출, 교육과 컨설팅 등 비(非)금융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함으로써 자활의 길을 더욱 넓힐 예정이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많은 고민과 준비가 앞서야 한다. 이용자에게 맞춤형 금융상품과 비금융 서비스가 제공되도록 기존의 상품·서비스 라인업을 재정비하고 지속적으로 리모델링해야 한다. 이용자와의 상담역량을 강화해 이들의 자활을 위한 해법을 빠르고 정확히 제공해야 한다. 서민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각 기관의 네트워크를 활용하되 사각지대가 없도록 촘촘히 구축해야 한다. 인터넷을 활용한 비대면(非對面) 채널도 필요하다. 서민금융기관이니만큼 최소 비용으로 조직이 운영돼야 한다. 무엇보다 정보기술(IT) 시스템 구축과 운영을 효율화함으로써 비용을 줄여야 한다.

서민금융의 지속적 지원을 위해서는 재원의 안정적 확보가 선결과제일 것이다. 휴면예금, 휴면보험금, 일반기부금으로 조성되고 있는 현재의 재원 확보 수단으로는 충분치 않다. ‘미청구재산’ 활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 미청구재산으로는 신용카드 소멸 포인트, 기프트카드 낙전수입, 미수령 주식, 휴면성 증권 및 신탁계좌, 상품권 낙전수입 등이 있을 것이다.

새로 설립되는 서민금융 총괄기구는 민간 서민금융회사들과의 제휴 또는 협력을 기반으로 하면서 시장기능에 충실하게 운영돼야 한다. 기존의 민간 서민금융회사의 입지를 축소시키거나 시장을 왜곡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국회에 제출된 법안에 대해 채무조정과 대출업무의 이해상충문제 등 이견도 있다. 이런 문제는 법안 심사과정에서 토론을 거치며 자연스레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저소득·저신용 취약계층 자활의 꿈이 하루속히 이뤄지도록 우리 모두 따뜻한 가슴으로 노력해야 한다.

이종휘 < 미소금융중앙재단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