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골탈태' SK하이닉스…빚보다 현금 더 많아졌다
SK하이닉스가 지난 1분기 사상 처음으로 빚보다 현금을 더 많이 보유한 회사가 됐다. 2001년 자금난으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갔던 회사가 15년 만에 우량 기업으로 ‘환골탈태’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분기에 매출 4조8183억원, 영업이익 1조5885억원을 기록했다고 23일 공시했다. 영업이익은 사상 최고치였던 지난해 4분기(1조6670억원)보다는 5% 감소했지만, 과거 1분기와 비교하면 가장 좋은 실적이다. 전년 동기에 비하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9%, 50% 증가했다. 영업이익률도 전년 동기 28%보다 높은 33%를 기록했다.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D램부문에서 서버와 모바일 시장이 커지면서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

SK하이닉스는 2013년 2분기부터 8분기 연속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다. 사내에 현금이 계속 쌓이면서 2008년 127%에 달하던 순차입금 비율(현금 대비 차입금의 비율)은 지난 1분기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SK하이닉스의 전신인 하이닉스반도체는 2000년 부채 비율이 283%로 치솟아 이듬해부터 5년간 채권단 공동관리를 받아야 했다. 채권단 출자 전환으로 주식 수가 52억주가 넘던 2003년엔 주가가 100원대로 폭락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2년 SK그룹에 편입된 뒤 꾸준한 투자와 연구개발이 빛을 발해 빚을 다 갚고도 남을 만한 현금을 사내에 쌓게 됐다. 이날 SK하이닉스 주가는 전날보다 1.22% 오른 4만5800원으로 마감했다.

회사 측은 올해 2분기부터는 신기술 개발에 주력해 경쟁사인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줄이는 데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김준호 경영지원본부장(사장)은 콘퍼런스콜에서 “2분기 중 20나노 중반대 D램의 비중을 전체의 60%대로 높이고 20나노 초반대 제품도 양산을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낸드플래시 부문에서는 “2분기부터 16나노 트리플레벨셀(TLC·셀 하나에 3개의 비트를 저장하는 구조) 제품을 본격 판매하고, 36단 3차원(3D) 낸드의 개발도 올해 중 완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20나노대 D램과 3D 낸드를 양산하고 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