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날개' 펴는 SK텔레콤…콘텐츠 플랫폼으로 사업확장
SK텔레콤이 신성장동력으로 콘텐츠 플랫폼 사업을 본격적으로 키우기로 했다.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보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콘텐츠-커뮤니티-쇼핑을 연결해주는 허브 역할로 새 수익원을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통신사업 정체를 돌파하기 위한 장동현 SK텔레콤 사장의 승부수다. 장 사장은 23일 서울 을지로 본사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통신사업에 안주하지 않고 사업 방향을 획기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치열한 시장 경쟁과 통신요금 인하 압박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기존 유·무선 통신사업 구도에서 벗어나 콘텐츠 플랫폼 사업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겠다는 의지다. SK텔레콤은 네트워크 강점을 살려 스마트홈 등 사물인터넷(IoT) 사업에도 본격 나서기로 했다. 이를 통해 SK하이닉스 SK플래닛 SK브로드밴드 등 SK텔레콤을 중심으로 한 그룹 정보통신기술(ICT) 부문 기업가치를 지난해 말 58조원에서 2018년 100조원으로 높이기로 했다.

◆“사업방향 획기적으로 바꿀 것”

성장 정체로 어려움을 겪어온 SK텔레콤은 이날 재도약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네이버 다음카카오 등 온라인 사업자에 밀리고 있는 모바일 콘텐츠 등 플랫폼 사업에서 미래 수익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장 사장은 “비즈니스 태도와 사업 방향을 획기적으로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보조금이나 요금 경쟁에 치중하다보니 변화나 혁신 노력이 부족했고 영업이익률이 뒷걸음질치는 등 성장엔진이 약화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연매출 성장세는 2~3%로 정체된 데다 2000년대 초반 30%를 웃돌던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10.6%로 떨어졌다. 올해 영업이익률은 한 자릿수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등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최근 보조금을 받지 않는 가입자에게 적용하는 요금할인율을 기존 12%에서 20%로 대폭 올린 조치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통신업계는 3사의 연 부담액이 5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장 사장은 “매년 네트워크 투자 등에 2조5000억원가량이 필요한데 영업이익이 줄면서 신규 투자 여력이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조825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3대 플랫폼 키워 수익 기반 확보

SK텔레콤은 이날 차세대 플랫폼 혁신 전략을 공개했다. 엔터테인먼트 쇼핑 보안 등 생활가치 플랫폼, 영상콘텐츠를 제공하는 미디어 플랫폼, 스마트홈 등 IoT 서비스 플랫폼 등 3대 플랫폼이 그것이다.

생활가치 플랫폼은 콘텐츠를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용자들끼리 콘텐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커뮤니티를 형성하도록 한다. 이를 통해 11번가 등 쇼핑몰에서 구매가 이뤄지도록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신규 비즈니스 모델 개발을 위해 전담팀인 ‘T-밸리’도 최근 신설했다. 장 사장은 “올해 안에 T-밸리가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의 인터넷TV(IPTV) 서비스인 Btv, SK플래닛의 ‘호핀’ 등 영상 콘텐츠 서비스도 관리 체계를 일원화하는 등 통합 미디어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했다. IoT 플랫폼 사업도 본격화한다. 다음달 중 제습기 도어록 보일러 등을 스마트폰으로 제어하는 스마트홈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현재 10개 사업군, 13개 기업이 스마트홈에 참여한다. 커넥티드 카, 스마트팜, 자산관리 등 산업별 기업간거래(B2B)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네이버·다음카카오와도 손잡을 것”

장 사장은 ‘열린 비즈니스’를 강조했다. 그동안 내비게이션은 T맵, 음악은 멜론처럼 자회사(SK플래닛)의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웠으나 앞으로는 경쟁사들과도 과감히 손을 잡겠다는 것이다. 우물 안 방식의 서비스로는 플랫폼 주도권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2011년 10월 콘텐츠 플랫폼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SK플래닛을 분사했으나 모바일 시장에서 네이버와 다음카카오 등에 밀렸다. 장 사장은 “소비자들이 필요한 서비스를 선제적으로 개발하는 것은 물론 네이버 다음카카오 등과 협력해 콘텐츠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가 T맵이 아닌 김기사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원할 경우 김기사 앱을 패키지로 묶어 서비스할 것”이라며 “경쟁 관계에 있는 업체들과도 손잡고 윈윈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