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탐욕과 부주의·망각이 부른 금융위기의 본질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에서 금융위기는 반복해 발생한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는 단기외채 관리 부실에서 발생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유동성 관리와 주택담보대출 관리 실패에서 비롯됐다. 2010년 유럽 재정위기는 정부의 방만한 재정 운용과 국가채무 증가가 주요 원인이다.

이런 위기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 시장의 실패, 당국의 역량 부족이 어우러져 발생한다. 김용덕 전 금융감독위원장(현 고려대 초빙교수·사진)은 《금융이슈로 읽는 글로벌 경제》에서 “금융위기의 형태는 다를지언정 본질은 같다”며 “그것은 인간의 탐욕과 부주의 그리고 망각”이라고 말한다.

[책마을] 탐욕과 부주의·망각이 부른 금융위기의 본질
저자는 2008년 금융감독위원장을 마지막으로 공직 생활을 마감했다. 이후 고려대에서 6년 동안 강의한 ‘국제금융론’을 바탕으로 33년간 국제금융의 정책 현장에서 축적한 경험을 이 책에 녹여냈다. 글로벌 경제와 금융을 주요 이슈별로 나눠 현재 진행 중인 상황과 국제적 논의에 대해 분석하고 한국 경제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했다.

저자는 “금융위기는 예외 없이 높은 수익을 추구하려는 인간의 탐욕에서 시작되며 여기서 비롯되는 위험에 대한 부주의에서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위기를 당하고 나면 그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세우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쓰라린 경험과 교훈을 망각하고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자본자유화와 자본이동 규제에 대한 찬반 논쟁을 소개하면서 한국 실정에 맞는 외환보유액 관리법을 찾는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들이 금리를 인하하고 유동성을 대량 공급하면서 신흥국으로 대규모 단기 외화자금이 유입됐다. 이로 인해 신흥국의 주가가 크게 오르고 통화가치가 절상되는 등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졌다. 한국은 외국인 채권투자 이자소득에 대한 비과세 조치를 폐지하는 등 외화자금 유입을 억제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하지만 이런 자본이동 통제 조치는 금융위기를 막아낼 수 없고, 오히려 투자와 생산 증가를 통한 경제적 선순환 효과를 막는 역효과만 낸다는 반론도 있다. 저자는 “직간접 자본이동 규제 조치들은 상황에 맞게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며 “경제의 기초여건을 건실하게 유지해 외부 충격에 흔들리지 않는 체질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한국이 여러 차례 위기를 겪으면서 당국의 위기 대응 능력도 많이 높아졌다. 하지만 개방도와 대외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상 대내외 상황 변화에 따른 리스크 발생 요인은 항상 잠재해 있다. 또 글로벌 불균형이 지속되는 한 세계 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의 장기적 안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저자는 “국제금융시장은 그 나름대로 규칙과 심판이 있지만 이 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정해진 트랙도 없고 출발점도 제각각인 야생마들의 경주장이 된다”며 “이 시장에서 승자의 축배를 들기 위해서는 과거의 성공과 시장실패의 역사를 잘 배우고 거기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말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