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소득자 절반, 세금 안낸다
전체 근로소득자 가운데 절반이 소득세를 한 푼도 안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세법 개정으로 연봉 5500만원 이하 근로자의 세금 부담이 줄어든 데다 최근 연말정산 보완대책 효과까지 겹치면서 소득세를 내지 않는 근로자가 크게 늘었다.

21일 국세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초 연말정산을 한 근로소득자 1619만명 중 740만명(45.7%)이 세금을 전혀 내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이달 초 발표한 연말정산 보완대책까지 적용하면 면세자 비중은 48%에 달한다”고 말했다. 777만명의 근로자가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다는 뜻이다.

지난해 512만명이던 면세 근로자 수는 1년 만에 265만명이나 늘었다. 증가율은 51.7%에 달한다. 근로소득 면세자 비율은 10년 전인 2005년 52.9%로 최고점을 찍은 뒤 꾸준히 하락했다. 2006년 50.4%, 2007년 43.8%, 2011년 36.1%에 이어 지난해(2013년 소득 기준)엔 역대 최저치인 31.3%로 떨어졌다. 하지만 이번에 면세자 비율이 급등하면서 8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800만명이 소득세 안내…조세원칙 무너졌다

근로소득자 절반, 세금 안낸다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중이 급등한 것은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전환한 2013년 세법개정 때문이다. 당시 연봉 5500만원 이하 근로자의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의료비·교육비 세액공제율을 15%로 정한 효과가 컸다. 예컨대 의료비와 교육비 사용이 많은 소득세율 6% 구간 근로자(연봉 기준 2000만원 안팎)가 200만원을 의료비로 썼을 때 세법개정 전에는 공제액이 12만원에 불과했지만 세법개정 이후엔 공제액이 30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여기에 지난 7일 정부의 연말정산 보완대책으로 면세자 비중은 더욱 늘었다. 연금저축세액공제율이 12%에서 15%로 높아졌고 출산·입양 공제가 부활했다. 근로소득세액공제가 대폭 확대되면서 346만명의 세금 부담이 감소한 게 결정적이었다. 대부분 연봉 2500만~4000만원 구간에 있는 세 부담 감소자의 상당수가 면세 근로자에 새로 편입된 것으로 정부는 분석했다.

그동안 정부는 근로소득세 과세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면세자 비중을 낮춰왔다. 비과세·감면 혜택을 줄여 모든 근로자가 소액의 세금이라도 부담하는 ‘넓은 세원(稅源), 낮은 세율’ 원칙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잇따른 세법개정과 보완대책으로 원칙이 무너졌다.

세종=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