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1주 살 돈으로 100주 넘게 산다…개미들, 중국서 용(龍)이 될 '싼 주식' 찾는다
국내 주식시장의 최대 테마 중 하나로 꼽히는 중국 수혜주 가운데 저가주(주가 3만원 이하)가 최근 상승장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을 비롯해 증시를 주름잡았던 대표적인 중국 수혜주들의 몸값이 단기간에 급등한 탓이다. 가격 부담이 커진 주식보다는 아직 저렴한 종목을 사들여 높은 수익률을 노리겠다는 심리가 반영된 현상이라는 게 증권업계의 분석이다.

◆가격 부담 낮은 중국 수혜주↑

최근 급등하고 있는 중국 수혜주로는 유아용품주가 대표적이다. 주가가 1만~2만원대인 저가주여서 개인투자자들이 매수하는 데 부담없는 가격대라는 평가다. 영·유아 의류업체인 제로투세븐은 21일 코스닥시장에서 가격제한폭까지 오른 1만7750원에 장을 마쳐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제로투세븐 주가는 이달 들어 60.63% 급등했다. 보령메디앙스도 이날 2만5500원에 마감하며 사상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아가방컴퍼니는 전날보다 4.68% 오른 1만2300원으로 마감, 5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이날 종가는 최근 1년 최고가다. 김남국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유아용품업체들의 주가 상승세에 대해 “중국의 한 자녀 정책이 완화되면서 영·유아용품시장이 연평균 18%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삼익악기는 중국 악기시장이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에 힘입어 전날보다 6.3% 오른 5400원에 장을 마쳤다. 이 회사 주가는 이달 들어 26.76% 상승했다. 중국 염모제시장에 진출한 동성제약은 이달에만 33.67% 올랐다.

증시 전문가들은 주가가 상대적으로 싼 중국 수혜주가 선전하는 이유를 비싸진 대표주에서 찾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황제주’인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0일 장중 403만원까지 뛰었다. 지난달 초만 해도 주가가 90만원대였던 오리온은 같은 날 사상 최고가(131만6000원·종가 기준)를 기록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아모레퍼시픽 등 화장품주가 중국 수혜주 중에서 최선호주이긴 하지만 개인이 매수하기에는 주가가 부담스럽다”며 “투자자들이 급등주보다는 상대적으로 값싼 주식 가운데 중국 수혜 종목을 적극 찾아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풍부한 개인자금이 저가주 끌어올려

코스닥지수가 3거래일 연속 700선을 지켜내면서 중소형주 장세에 대한 신뢰가 강해진 것도 중국 수혜 저가주가 각광받는 이유로 꼽힌다. 중소형주를 주로 매수하는 개인 자금이 증시에 풍부한 점도 한몫 거들고 있다.

‘중국 효과’ 때문에 저가주에서 고가주로 바뀐 사례가 등장한 것도 중국 수혜 저가주에 매수세가 몰리는 이유다. 마스크팩 제조업체인 산성앨엔에스는 올초만 해도 주가가 2만원대였지만 늘어나는 중국인 관광객 덕분에 특수를 누리고 있다는 분석에 주가가 급등했다. 현 주가는 9만8200원으로 10만원대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오 센터장은 “코스닥지수가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대형주보다 중소형주를 선호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졌다”며 “기관도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중소형주를 일부라도 편입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국 수혜 저가주가 단기에 과열된 만큼 급락 가능성도 있어 투자자들이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타민 제품인 레모나가 중국에 진출할 것이라는 기대에 힘입어 이달에만 7거래일 상한가를 친 경남제약은 지난 20일 하한가로 떨어졌다. 김영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주가가 싼 중국 수혜주 중에서도 실적이 뒷받침되고 펀드가 편입한 종목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