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전수영 기자 = '성완종 리스트' 의혹에 휩싸인 이완구 국무총리가 중남미 순방중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최경환 경제부총리겸 기재부장관이 2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국무회의장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전수영 기자 = '성완종 리스트' 의혹에 휩싸인 이완구 국무총리가 중남미 순방중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최경환 경제부총리겸 기재부장관이 2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국무회의장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총리가 사의를 표명해서 회의 주재"…곧바로 안건 심의
지난주에도 이총리 모두 발언 안해…이례적 풍경 연이어
국회 기재위 출석 "저는 부총리 자격…업무대행 중"

이완구 국무총리가 사의를 표명하면서 21일 오전 국무회의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주재로 열렸다.

국무회의 분위기는 시작부터 무거웠다.

오전 10시 국무회의 시작 시각에 맞춰 정부서울청사 국무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낸 최 부총리의 얼굴은 한껏 경직돼 있었다.

최 부총리는 "이 총리 사의로 국무회의를 주재하게 됐는데 한 말씀 해달라"는 기자들의 요청에 "아이, 뭘…"이라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최 부총리는 국민의례 뒤 "제16회 국무회의를 시작한다"며 "국무총리가 사의를 표명해서 오늘 회의는 제가 주재하게 됐다"고 간략하게 설명했다.

이어 최 부총리는 모두발언도 하지 않은 채 곧바로 안건 심의·의결 절차에 들어갔고, 회의는 20분만에 속전속결로 끝났다.

최 부총리는 회의를 마치며 "부처별로 국회 상임위원회가 예정돼 있는 만큼 회의를 빨리 끝내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 안건을 심의·의결한 뒤 통상적으로 부처별 현안에 대한 보고를 받는데 이날 회의에서는 이 같은 과정도 없었다.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의장(대통령)이나 부의장(총리)가 모두발언을 하지 않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최 부총리로선 이 총리 사퇴로 정부가 위기 상황에 처한 만큼 별도의 메시지를 내놓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총리 역시 지난 14일 오전 8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지 않았다.

당시 이 총리가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지 않은 것은 취임 이후 처음으로, 자신이 '성완종 의혹'에 연루된 상황에서 국무위원들에게 주문과 당부 메시지를 내놓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당초 최 부총리는 이날 오전 10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국무회의를 주재하느라 국회 기획재정위 전체회의는 오후 2시로 연기됐다.

최 부총리는 국무회의 시작 시간인 오전 10시 직전 청사로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보다 한 시간 이상 빠른 8시50분 청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최 부총리는 회의를 마친 뒤 청사를 나가는 길에 '앞으로 국정수행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기자들 질문에 "지금 총리님이 계시잖아요"고 말한 뒤 청사를 떠났다.

최 부총리는 이날 오후 기재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자리에서도 신중한 태도를 이어갔다.

새정치연합 박광온 의원이 '실질적인 총리 역할을 하게 됐는데 이번 사태에 대해 사과할 의사가 있느냐'고 묻자 최 부총리는 "한가지 바로 잡겠다.

이 총리는 사퇴를 한 상황이 아니다"면서 "오늘 국무회의 주재는 업무를 대행했다는 게 정확한 표현으로, 제가 총리를 대행해서 그렇게 말씀드릴 입장에 있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또 '다음 국무회의도 주재하느냐'는 질문에도 "저는 기획재정부 (장관 겸) 부총리 자격으로 이 자리에 나와 있다"고 즉답을 피했다.

'박근혜 대통령 순방 귀국 후 사과를 건의할 용의가 있느냐'는 이어진 질문에도 "대통령과 총리가 알아서 할 부분이지 제가 건의할 성질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이명박 정부 시절 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낸 최 부총리는 자원외교 비리 의혹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서는 강한 어조로 반박했다.

박 의원이 '자원외교와 관련해 부총리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다'고 지적하자 최 부총리는 "전혀 동의할 수 없다"면서 "당시에는 자원값이 워낙 높은 상황이었고 당시 정부에서 우선순위가 높은 국정 어젠다여서 어느 공기업 사장이라 하더라도 해외자원 확보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답변했다.

이밖에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 통화한 적이 있느냐'는 야당 의원 질문에는 "제가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지냈으니 수시로 의원들이 원내대표실로 오지 않느냐"는 반문으로 답을 대신했다.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jesus786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