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불법지침' 난무하는 공공건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주 ‘공공기관의 단가 후려치기’ 기사(4월14일자 A1, 8면)를 보도한 뒤 건설회사들의 하소연이 잇따랐다. A건설사 수주담당 임원은 “공공 발주기관이 국가계약법에 저촉되는 자체 규정으로 건설사들에 손해를 입힌 뒤 이제 와서 소송으로 해결하라고 한다”고 말했다. B건설사 영업담당 임원은 “3㎞짜리 터널이나 2㎞ 교량 공사를 진행하다가 예산이 모자란다며 중간에 갑자기 중지시킨 경우도 있다”며 “발주처가 공사를 재개하기 전까지 투입된 안전 및 품질관리나 보수 유지비 같은 간접비는 주지도 않는다”고 토로했다.

간접비는 건설사들이 공사 중단기간 등에 안전관리 품질관리 등을 위해 추가로 지출한 경비를 말한다. 국가계약법 시행령 66조엔 ‘공사 제조 등의 계약에 공사기간 변경 등으로 계약금액의 조정이 필요한 경우 변경된 내용에 따라 실비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조정한다’고 돼 있다.

공공기관들은 부당한 내부 지침 등은 개선하겠지만 이미 진행한 공기연장 간접비는 못 주겠다며 버티고 있다. 한국도로공사가 건설업계 애로사항을 듣기 위해 지난 10일 마련한 ‘고속도로 건설 참여사 CEO 초청 대화의 시간’ 자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김학송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휴지(休止·멈추어 쉼) 기간 발생한 간접비 지급이 어렵다”고 통보했다. 게다가 도로공사는 최근 7개 대형 건설사가 간접비 반환 소송을 낸 ‘고속국도 12호선 담양~성산 간 확장공사’에 대해 지난주부터 ‘현장 특별 품질 안전점검’을 실시하며 관련 회사들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건설사 수주 담당자는 “건설사들이 도로 및 철도 관련 현장이 많다 보니 ‘절대 갑(甲)’ 도로공사나 철도관리공단 등에 정당한 요구를 하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공공기관이 예산 절감과 공공기관 평가 등을 위해 비용 절감에 나설 수밖에 없는 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발주처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민간 업체에 불법적으로 비용을 지급하지 않는 건 상식을 넘어섰다는 의견이 많다. 게다가 무리한 단가 인하는 산업재해 위험을 높이고 공사 지연과 부실공사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진수 건설부동산부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