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2500까지 간다던데?” “전셋값이 너무 많이 올라서 집을 사야 할지 고민이에요.”

코스피지수가 2100을 넘었다. 일정 기간 조정 과정을 거치겠지만, 추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시장에서는 전셋값이 오르자 내집 마련에 나서는 직장인이 나오고 있다. 바야흐로 재테크의 시대다.
그래픽=이정희 기자 ljh994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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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 주식, 부동산 투자 얘기를 하는 ‘김과장 이대리’도 눈에 띄게 늘었다. 출근시간대 지하철에서는 스마트폰으로 주식 차트를 살펴보는 직장인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연 2%대 저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는 ‘안심전환대출’을 신청하기 위해 월차까지 쓰는 직장인이 있을 정도다.

돈 냄새가 나면 대출도 불사할 정도로 위험을 사랑하는 이 대리에게는 요즘이 천국 같은 시기다. 올 들어 4개월 만에 수천만원대의 주식 평가차익을 본 그를 바라보는 ‘위험 기피자’ 김 과장은 배가 아프다. 재테크의 시대를 맞은 김과장 이대리들의 요즘 직장생활을 엿보았다.

상승장에 과감한 베팅

중소 무역회사에 다니는 임모 과장(32)은 최근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투자하는 주식 신용거래로 쏠쏠한 수익을 냈다. 엔터테인먼트 주식에 신용으로 1000만원을 투자해 한 달 만에 150만원을 번 것.

임 과장은 높은 수익을 올린 뒤 곧바로 팔고 나오는 기민함을 보였다. 그는 이런 식으로 돈을 많이 벌었지만, 주변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투자 방식을 권하지 않는다. 한창 신용거래로 재미 보다가 2011년 유럽 재정위기로 어려움에 빠졌던 아픈 경험이 있어서다. “돈 빌려 하는 단타 거래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에요. 저도 ‘수업료’ 톡톡히 내고 얻은 노하우로 하는 거라니까요.”

물류회사에 다니는 김모 과장(36)은 요즘 한 바이오주만 보면 배가 아프다. 작년 6월 이 종목을 한 대학 동기에게 추천한 뒤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 그 친구가 밥을 사며 “네 덕분에 돈 벌었다”고 어깨를 치는 것 아닌가. 입사 후 3년간 모은 5000만원을 ‘몰빵’했는데, 이 종목 주가가 50%가량 올랐다.

친구는 주식을 좀 더 쥐고 있어야 할지, 팔아서 차 사는 데 돈을 보탤지 조언을 구했다. 사업 전망으로 볼 때 ‘좀 더 오를 수도 있다’는 판단을 내렸던 김 대리. 친구에게는 “차 사고 싶으면 사야지”라고 말했다.

투자 ‘훈수’에 싸움박질도

중견기업에 다니는 최모 대리(34)는 지난해 상반기 중국펀드에 2000만원을 투자해 높은 수익을 올렸지만, 아쉬움이 가득하다. 최 대리는 지난해 말 동기 이 대리(33)가 “환매하는 게 좋을 것”이라며 조언하는 것을 듣고 이 펀드를 환매했다. 그는 ‘더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었는데, 이 대리 때문에 망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중국펀드 투자로 큰 손실을 본적이 있는 이 대리는 평소 “중국은 좀 위험해. 이미 오를 만큼 오른 것 아냐?”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최 대리는 “너 때문에 더 못 벌었다”며 이 대리에게 볼멘소리를 했지만, “투자는 결국 네 책임이잖아”라는 대답만이 돌아올 뿐이었다. 최 대리는 최근 이 대리와 같이한 술자리에서 재테크 문제로 크게 싸운 뒤 말을 섞지 않고 있다.

윤모 과장(39)은 요즘 송 대리(33)만 보면 배가 아프다. 송 대리가 오피스텔에 투자해 쏠쏠한 임대 수익을 거두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도 덜컥 오피스텔을 사고 난 이후부터다.

역세권에 대형마트까지 근처에 있는 송 대리의 오피스텔과는 달리 윤 과장이 투자한 오피스텔은 유흥가 부근에 있는 게 문제였다. 밤마다 들려오는 소음에 시달린다는 세입자는 결국 방을 뺐고, 윤 과장은 몇 달째 세입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꼼꼼히 따져보지 못한 제 잘못이긴 한데, 왠지 송 대리가 원망스럽네요.”

대출받으려 무단결근

올해 초 무섭게 오르는 전셋값에 2억원을 대출받아 경기 판교에 99㎡대 내집을 마련한 송모 과장(35). 덜컥 집을 계약하긴 했는데, 빚 갚을 생각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업무에 집중하지 못해 실수도 잦았다.

심지어 무단결근 하는 일까지 생겼다. 가입한 수천만원대 저축은행 예금 만기일을 착각해 잔금을 치르지 못할 뻔한 사태가 벌어진 것. 잔금 치르는 당일 저축은행에 들려서야 예금 만기일이 1주일 뒤라는 사실을 안 송 과장은 ‘패닉’에 빠졌다. 그는 오전 10시쯤 서울 양재동에 있는 회사를 빠져나와 은행 지점 4~5곳을 찾아 헤매다가 가까스로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 잔금을 치렀다.

회사에 복귀한 것은 오후 5시 무렵. 예정돼 있던 중요 미팅을 모두 빠지고 온종일 연락도 안 된 송 과장에게 돌아온 것은 김 부장의 욕설이었다. “‘잔금을 못 치르면 큰일 난다’는 생각에 업무고 뭐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더군요. ‘앞으로 다시는 부동산 거래 안 한다’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재테크로 성향보고 결혼 상대 구하기

명문 사립대 경영학과를 나온 이모 대리(31)는 요즘 재테크 ‘열공’ 중이다. 각종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등 간접투자 상품에 관해 강의하는 인터넷 카페에 가입한 뒤 한참 잊고 지내다가 최근 상승장에 다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오프라인 모임에도 적극 참여했다.

낯가림이 심한 이 대리가 재테크 모임에 적극 참여하는 이유는 재테크 공부 외에 또 하나가 있다. 두 살 어린 증권사 직원 윤모 씨와 사랑에 빠진 것. 사랑에 빠지게 된 데에는 종목이나 파생상품 투자 등은 쳐다보지도 않는, 비교적 보수적인 투자 성향을 공유한 것도 영향을 줬다. 이 대리는 “나이가 있어서 결혼을 고민 중인데, ‘투자할 때 모험하지 않는 것을 보니 꼼꼼하게 집안 살림 잘 하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