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터운 스웨터 문태준(1970~)

[이 아침의 시] 두터운 스웨터 - 문태준(1970~)
엄마는 엄마가 입던 스웨터를 풀어 누나와 내가 입을 옷을 짜네 나는 실패에 실을 감는 것을 보았네 나는 실패에서 실을 풀어내는 것을 보았네 엄마의 스웨터는 얼마나 크고 두터운지 풀어도 풀어도 그 끝이 없네 엄마는 엄마가 입던 스웨터를 풀어 누나와 나의 옷을 여러 날에 걸쳐 짜네 봄까지 엄마는 엄마의 가슴을 헐어 누나와 나의 따뜻한 가슴을 짜네

시집 우리들의 마지막 얼굴(창비) 中



어머니의 사랑이란 그렇습니다. 자식들이 배고픔과 추위를 겪지 않도록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줍니다. 스웨터를 풀어서 만든 실은 언젠가 끝이 보이겠지요. 그러나 그 사랑의 끝이 어딘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을 내어주며 자식들을 키운 어머니의 사랑을 떠올리면 가슴이 봄볕처럼 따스해집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