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노마진에 출장세일까지…이래도 안 살 겁니까 ?
소비자들이 17~19일 사흘 동안 ‘노마진’ 상품전이 열린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의 의류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소비자들이 17~19일 사흘 동안 ‘노마진’ 상품전이 열린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의 의류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세일기간이라 매장을 찾는 고객이 늘었지만 매출은 평소 주말과 별 차이가 없네요. 구경만 하고 돌아가는 손님들이 많습니다.”(롯데백화점 본점 여성의류 매장 직원)

백화점 봄 정기세일의 마지막 주말인 지난 18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3층의 여성복 매장은 예상외로 한산했다. 그나마 소비자들이 몰린 곳은 층별 타임세일 매대나 초특가세일이 열리는 9층 이벤트홀 정도였다.

봄 정기세일은 끝났지만 백화점들에 봄날은 오지 않았다. 주가와 부동산 가격 상승이 소비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와 달리 롯데백화점의 봄 세일 매출(마지막주 토요일까지) 증가율은 3.6%로, 작년(3.8%)에 못 미쳤다. 14년 만에 처음으로 ‘노마진’ 세일을 실시하고 서울 강남의 대규모 행사장을 빌려 이른바 ‘출장 세일’을 두 차례나 벌이는 등 다양한 판촉 수단을 동원했지만, 효과는 그리 크지 않았다는 평가다.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도 사정이 비슷하다. 현대백화점의 봄 세일 매출 증가율은 2.8%로, 역시 작년 신장률(3.3%)보다 낮았다. 백화점 실적의 잣대로 통하는 의류 판매가 1~2%가량 감소한 탓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세일 실적이 저조하자 20일 초특가 할인행사에 들어간다.

세일 성과가 기대에 못 미쳤지만 긍정적인 해석이 없지는 않다. 이혁 현대백화점 영업기획팀장은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매출 하락국면을 마무리짓고 반등했다는 점에서 위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표현대로 백화점 빅3의 지난 3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8~1.3% 감소했다.

하지만 봄 세일 결과에 대해 ‘선방’했다는 평가보다 백화점업계의 ‘우울한’ 앞날을 예고하는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백화점 매출 부진이 단순히 경기침체에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달라진 구매패턴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지영 LI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소셜커머스 오픈마켓 아울렛 등 다양한 유통채널의 등장으로 백화점의 지배력이 빠른 속도로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모바일쇼핑과 인터넷쇼핑 등 온라인쇼핑 성장률은 17.5%로 백화점(-1.9%)과 대형마트(3.4%)의 성장률을 압도했다. 온라인쇼핑 판매액은 해외 직접구매를 포함하면 46조9040억원으로 백화점(29조2321억원)은 물론 대형마트(46조6364억원)보다 많았다.

소비자들이 다양한 유통 채널을 활용해 제품을 구입하면서 백화점이 ‘쇼윈도’ 역할을 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을 찾은 이미숙 씨(39)는 “세일 때 백화점 매장에 가서 옷을 입어보고 품번과 가격을 확인한 뒤 같은 제품을 온라인이나 아울렛을 뒤지면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고 했다.

세일 상품의 상당수는 인터넷에서 비슷하거나 더 싸게 살 수 있다. 인터넷몰에서 의류나 운동화 등을 백화점 세일기간에 맞춰 더 싸게 내놓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또 백화점 화장품 매장은 세일기간에도 할인이 거의 없지만 인터넷에서는 항상 5% 정도 할인해준다. 여기에다 적립금과 쿠폰 등을 감안하면 실제 구매가는 더 낮아진다. 이지영 애널리스트는 “경기부진과 별도로 소비패턴이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어 백화점들이 기존의 판매 방식을 유지하는 한 실적 부진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