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시장 이끄는 두 여걸…연 850억대 '주물럭'
지난 17일 증시에서 미술품 경매회사 서울옥션 주가는 1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같은 날 3060원이었던 주가는 1년 만에 400% 가까이 뛰어올랐다. 지난달 봄철 미술품 경매 낙찰률은 87%까지 치솟았다. 1970년대 한국의 대표적 미술 사조인 단색화 가격은 최근 1~2년 사이에 3~5배 급등했다.

미술시장 이끄는 두 여걸…연 850억대 '주물럭'
저금리 기조가 굳어지면서 미술시장에 봄바람이 불고 있다. 이 같은 미술시장 활성화를 견인하는 두 명의 ‘우먼 파워’가 있다. 이현숙 국제갤러리 회장(65)과 이옥경 서울옥션 부회장 겸 대표(55)다. 화랑과 경매회사 등 이들이 운영하는 두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853억원(국제갤러리 615억원·서울옥션 238억원). 국내 아트마켓(약 4000억원)의 21%를 차지할 정도로 실적이 탄탄하다.

국내 300여개 화랑 가운데 2년째 매출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국제갤러리의 이현숙 회장은 최근 시장의 활기를 이끌어낸 주역이다. 한국 현대미술의 대표적 사조인 단색화를 국제 미술시장에 내보여 시장 활성화의 ‘불씨’를 살렸기 때문이다.

그는 2013년 9월 런던 프리즈 마스터스아트페어와 10월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 아트페어, 12월 미국 마이애미 바젤 아트페어 등에서 잇달아 한국 단색화를 소개해 뜨거운 반응을 얻어냈다. 미국, 유럽, 아시아 지역 컬렉터들이 단색화를 사들이면서 가격은 최고 5배 폭등했다. 시장에도 힘이 실렸다.

이 회장은 올해에도 단색화의 국제화에 더욱 힘을 쏟을 방침이다. 당장 내달 9일 개막하는 베니스비엔날레 기간에 맞춰 팔라초 콘타리니 폴리냐크에서 ‘단색화’전(5월7일~8월16일)을 열고 김환기 정창섭 박서보 정상화 하종현 이우환 등 6명의 작품 70여점을 소개한다. 올 하반기에는 박서보 화백의 뉴욕 개인전, 하종현 화백의 서울 개인전을 열 계획이다.

이 회장이 단색화를 국내외 시장에 소개하며 시장을 이끌고 있다면 이옥경 대표는 화랑경영 노하우를 살려 미술품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작년 3월 서울옥션의 ‘지휘봉’을 잡은 그는 취임하자마자 그동안 진행해온 온라인 경매 이름을 ‘이비드 나우(eBid Now)’로 바꾸고 새롭게 단장했다. 100만원 미만의 중저가 작품을 많이 내놔 경매 진입 문턱을 크게 낮췄다. 애호가들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또 미술 콘텐츠를 제공하는 아카데미 강좌를 열어 다양한 연령대로 고객층을 넓히고 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서울옥션의 작년 매출은 전년(149억원)보다 50% 늘어난 238억원을 기록했다. 실적 위주의 탁월한 경영 수완은 취임 초 3000원대 초반이던 주가를 1만3000원대로 끌어올렸다. 이 대표는 미술시장이 본격적인 성장기에 진입했다고 판단, 올해 매출 목표를 380억원으로 잡았다. 올해에는 미술품 일변도에서 벗어나 보석, 시계, 오디오, 음반, 와인, 패션·디자인 제품 등 테마 옥션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글로벌 미술품 경매 시장에는 약 17조원의 뭉칫돈이 유입됐다”며 “국내 시장도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는 만큼 30~40대 신진 애호가들을 끌어들여 시장의 저변을 넓히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