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질주 숨찬 증권주…'화학·건설'은 더 뛴다"
“화학과 건설주는 더 오를 수 있지만 증권주는 슬슬 숨이 차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17일 장 마감 직후 4대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다. 증권사들은 주요 기업의 1분기 실적 발표가 이어지는 4월 말, 5월 초를 전후해 유동성 장세가 실적 장세로 바뀔 것으로 내다봤다. 실적이 주가를 따라오지 못하거나 돌발 악재가 있는 종목들을 중심으로 주가가 조정받을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화학·건설주, 아모레 “더 오른다”

이번 조사는 코스피200 종목 중 올 들어 주가가 35% 이상 오른 40개 종목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4개 증권사가 참여해 단기 급등주들의 ‘옥’과 ‘석’을 구분했다.

증권사들이 첫손에 꼽은 유망 업종은 화학이었다. 올 들어 LG화학은 51.93%, 롯데케미칼은 50.63% 주가가 뛰었다. 하지만 4개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이 두 종목의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입을 모았다. 백영찬 현대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하향 안정세에 접어들면서 국내 에틸렌, 프로필렌 생산 업체들의 수익성이 크게 높아졌다”며 “화학주 랠리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건설주들도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현대산업, 현대건설은 4개 증권사에서 모두 ‘추가 상승’ 판정을 받았다. 대우건설에 대한 의견은 엇갈렸다. 증권사 두 곳은 ‘추가 상승’을 점쳤지만 다른 두 곳은 ‘현 수준 유지’라는 조심스러운 의견을 냈다. 강승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수도권 주택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대형 건설사라면 관심을 꾸준히 갖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올 들어 60% 이상 주가가 올라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순위 7위로 발돋움한 아모레퍼시픽은 여전히 호평 일색이었다. 4개 증권사가 모두 ‘추가 상승’을 점쳤다. 실적이 꾸준히 좋아지고 있다는 점, 이달 말 예정된 액면 분할로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예상된다는 점 등이 호재로 꼽혔다. LG상사, 한국항공우주 등도 더 오를 가능성이 높은 종목으로 제시했다.

◆증권주·삼립식품 “당분간 쉬어갈 듯”

부정적인 전망이 집중된 업종은 증권이었다. “증권 업황이 개선된 것은 분명하지만 재료에 비해 주가 상승폭이 지나쳤다”는 게 설문에 참여한 증권사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코스피200 종목 중 가장 상승폭이 컸던 대우증권(올 들어 67.34% 상승)과 현대증권(64.74% 상승)에 대해서는 각각 두 곳의 증권사가 ‘하락 반전’ 의견을 냈다. 나머지 의견들도 ‘현 수준 유지’에 그쳤다.

연초 이후 60.33% 주가가 뛴 삼립식품도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 종목에 대해선 증권사 두 곳만 의견을 내놓았는데 한 곳은 ‘하락 반전’, 다른 한 곳은 ‘현 수준 유지’를 제시했다. 송치호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SPC그룹의 유일한 상장사로 최근 몇 년간 실적에 대한 기대치가 눈덩이처럼 부풀려져 왔다는 게 이 종목의 약점”이라며 “식자재 유통, 중국 빵집 프랜차이즈 등의 신사업에서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실망 매물이 쏟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수화학과 오뚜기에 대한 반응도 미지근했다. 설문에 참여한 증권사들이 일제히 ‘현 수준 유지’로 의견을 제한했다. 삼성전기는 증권사 한 곳에선 ‘하락 반전’, 다른 한 곳에선 ‘현 수준 유지’ 의견을 받았다.

송형석/이고운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