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가운데)이 17일 시 간부 및 지역 주민들과 함께 서울역 인근 중림동 골목을 둘러보고 있다. 서울시 제공
박원순 서울시장(가운데)이 17일 시 간부 및 지역 주민들과 함께 서울역 인근 중림동 골목을 둘러보고 있다. 서울시 제공
박원순 서울시장이 17일 서울역 일대의 구체적인 종합개발계획을 내놓은 것은 중림동을 비롯한 서울역 배후지역의 개발이 전제돼야 서울역 일대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서울역 역세권 도시재생사업의 양대 축인 ‘서울역고가도로’와 ‘서울역 북부 역세권’ 개발만으로는 유동 인구를 끌어들이기 어렵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서울 관문인 중림동 대대적 개발 필요”

박 시장은 이날 열린 현장시장실에서 “서울역 일대에 거리 노숙인이 많다는 건 그만큼 이곳이 낙후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림동과 만리동을 둘러보는 동안 “시설이 너무 낙후됐다”며 “현장에 이렇게 나와봐야 제대로 현실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서울의 관문인 중림동이 개발돼야 서울역 일대 등 전체 도심으로 성장동력이 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는 현 중림동 일대의 전통상권을 유지한 채 현대화 사업 등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중림동 일대 어(魚)시장을 찾은 박 시장은 “140여개의 상점이 밀집한 중림동 어시장은 조선시대 때 생긴 국내 최초의 어시장으로, 역사와 전통이 어린 곳”이라며 “가로변 상점뿐 아니라 골목 상점의 현대화 사업을 통해 죽은 상권을 살리겠다”고 약속했다.
40여년 만에 빛 보는 중림동…시장 현대화하고 노후주택 재개발
시는 지하철 2호선 충정로역 인근 호박마을과 지어진 지 40년이 넘은 성요셉아파트를 대상으로 본격적인 재건축에 들어갈 방침이다. 박 시장은 “용적률 상향 등 인센티브를 제공해 시가 적극적으로 나서 새 주거단지로 개발하겠다”고 지역 주민과 약속했다. 또 그는 약현성당과 서소문공원을 활용하면 중림동 일대를 역사문화관광지로 조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명동성당보다 6년 빠른 1892년 지어진 약현성당은 한국 최초의 근대식 벽돌 건물이자 첫 고딕양식 성당이다. 서소문공원은 조선시대 천주교 신자들이 처형된 대표적인 장소로, 지난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곳을 방문하면서 성지순례지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함께 시는 염천교 일대를 구두 거리로 조성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구두 상점이 몰려 있는 염천교를 성수동 수제화 거리처럼 만들겠다는 게 박 시장의 구상이다. 또 택시들의 불법 주정차로 교통 체증이 빚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포켓주차장(인도 옆 차도를 주머니 형태로 만들어 사용하는 주차장)을 설치한다.

“서울역고가 대체도로 건설 추진”

시는 서울역 북부 역세권 개발과 현 서울역고가 공원화 사업도 이른 시일 내 추진할 계획이다. 서울역 북쪽 철도부지엔 컨벤션센터, 호텔, 오피스, 쇼핑몰 등 강북판 코엑스가 조성된다. 박 시장은 “지역 주민을 위해 코레일과 협의해 이른 시일 내 개발될 수 있도록 시가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서울역고가 공원화 사업에 따른 교통 혼잡을 방지하기 위해 신호체계와 차로를 개선하고 대체도로 건설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시는 코레일과 협의해 대체 고가도로를 현 서울역고가 옆에 건설할 예정이다.

현 서울역고가 밑에 있는 청소차량 차고지도 다른 곳으로 이전한다. 68대의 중구 쓰레기 청소차량이 주간 시간대 주차하는 이곳은 그동안 악취 등으로 이전을 요구하는 지역 주민의 요구가 거셌다. 시는 올 하반기에 청소차량 차고지 이전을 완료하고, 서울역고가 보행공원과 이어지는 광장으로 조성할 방침이다.

다만 이날 오후 서울역고가 공원화에 반대하는 남대문시장 상인과 회현동 주민들이 박 시장의 방문에 거세게 항의하면서 남대문시장 활성화 계획 브리핑과 회현동 방문 일정은 취소됐다. 남대문시장 입구와 회현동 진입로에선 상인과 시 간부들 간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박 시장은 “(서울역고가 사업) 반대는 성공적인 도시 개발을 만들어나가는 데 중요한 요소”라며 “반대하는 분들과 충분히 소통하면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