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살리는 주택거래] 5억 아파트 거래되면 5000만원 흐른다…"강남3구서만 1분기 5300억 내수진작 효과"
전용면적 84㎡ 아파트값이 평균 8억원을 웃도는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아파트의 올해 1분기(1~3월) 거래량은 6640건으로 작년 동기 대비 10.4% 늘었다. 2006년 실거래가 신고제가 도입된 이후 가장 많다.

강남 3구 아파트의 인테리어 공사비와 가재도구 교체, 세금 등 부대비용은 가구당 8000만원에 이른다는 게 주택·건설업계 분석이다. 집값을 제외한 부대비용만 감안하더라도 1분기 강남 3구에서 5312억원에 달하는 내수 진작 효과가 생긴 것으로 부동산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서초구 반포동 경남쇼핑센터 상가의 한 인테리어업체 관계자는 “반포동 일대 아파트는 내부 인테리어 교체에만 보통 5000만원가량을 쓴다”며 “작년까지 한 달 평균 한두 건에 그쳤던 일감도 이달에는 벌써 네 건이나 확보했다”고 말했다.

주택 거래 증가에 따른 부대 소비 효과가 상당하다. 인테리어·이사 등 영세 자영업뿐만 아니라 가구 등 일부 제조업 경기에까지 훈풍을 불어넣으며 전반적으로 위축된 국내 소비시장의 활력소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집값의 10% 파생효과

주택 한 가구가 매매될 때 파생되는 소비·지출 금액은 집값의 10% 안팎으로 주택·건설업계는 보고 있다. 아파트값이 평균 5억원(국민은행 통계 4억9700만원) 내외인 서울 아파트 매수자는 계약서를 쓴 뒤 거래가격의 0.4% 이하인 중개보수를 최대 200만원까지 지급한다. 이어 집값의 1.1%인 취득세 550만원과 내 집임을 공시하는 절차인 등기비용에도 30만원이 든다. 세금 업무를 법무사에게 맡기면 45만5000원의 수임료를 내야 한다.

최근엔 분양받은 아파트도 인테리어 공사를 새로 하는 경우가 많다. 인테리어 비용은 서울을 기준으로 3.3㎡당 평균 100만원으로 84㎡ 아파트의 경우 3000만원가량 든다. TV 냉장고 등 가전제품과 침대 등 가구도 집을 새로 구입해서 이사할 땐 교체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전했다. 평균 1000만원 안팎인 이 비용까지 합치면 취득세와 등기비를 포함해 4800만원가량을 지출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주택거래가 1만가구 증가하면 국내총생산(GDP)은 0.01%포인트, 민간소비는 0.021%포인트 상승한다. 올 1분기 전국 주택 거래량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4만2000가구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1분기에만 GDP와 민간소비가 각각 전년보다 0.04%포인트, 0.084%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올 연간으론 GDP 0.16%포인트, 민간소비 0.336%포인트를 끌어올릴 것이란 추정이다.

주택 거래가 늘자 이사업체들도 바빠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인구 이동 규모는 61만5000명으로 최근 4년 만에 가장 많다. 유명 포장이사업체들은 4, 5월 ‘손 없는 날’에 이사 예약이 대부분 찬 상태다.

◆지자체 세수 증대 효과

주택 거래가 세수 확보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다. 신규 주택을 취득하면 전용 85㎡ 미만을 기준으로 6억원 이하 주택은 거래가격의 1.1%, 6억원 초과 9억원 이하는 거래가격의 2.2%, 9억원 초과는 거래가격의 3.3%를 각각 취득세로 내야 한다. 등기 과정에서도 공시가격(통상 집값의 70% 수준)의 0.021(지방)~0.026%(서울 및 광역시) 수준의 국민주택채권을 매입해야 한다. 인지세(1억원 초과 10억원 이하 부동산은 15만원)와 등기신청 수수료(1만3000원) 등의 세금도 붙는다.

이 중 취득세는 지방자치단체 세수로 쓰이는 만큼 주택 거래 증가는 지자체 세수 부족을 해소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취득세는 지방세 수입의 26%를 차지한다”며 “지방 광역지자체의 경우 취득세가 지방세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50%를 웃도는 곳도 있어 주택 거래가 늘어나면 지방정부 재정에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