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하노버산업박람회’ 관람객들이 15일(현지시간) 박람회장에서 개미로봇들이 정보를 주고받으며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있다. 지멘스 제공
‘2015 하노버산업박람회’ 관람객들이 15일(현지시간) 박람회장에서 개미로봇들이 정보를 주고받으며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있다. 지멘스 제공
15일(현지시간) 하노버산업박람회가 열리고 있는 독일 하노버역 광장. ‘인더스트리 4.0. 통합된 산업, 네트워크에 접속한다’라고 적힌 현수막들이 전시장 주변을 덮고 있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일컬어지는 인더스트리 4.0은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해 제품과 부품·생산라인 간 상호 소통하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생산 과정에서 모이는 데이터를 활용해 공정을 개선하면 속도와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논리다.

2011년 하노버산업박람회에서 처음 소개된 인더스트리 4.0은 올해 박람회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다. ‘제조업의 미래’로 불리는 이 기술을 구현한 제품이 대거 전시돼 박람회를 찾은 60만명 관람객의 눈을 사로잡았다.

인더스트리 4.0의 선두주자인 독일 지멘스는 이번 박람회에 5000㎡ 규모의 대형 전시부스를 설치했다. 지멘스 부스 한가운데 자리잡은 것은 공장 자동화 설비가 아니라 이탈리아 최고급 스포츠카 마세라티 기블리였다.

토어스텐 부흐타 지멘스 공장자동화부문장은 “기블리 생산에는 부품 제작부터 생산까지 지멘스의 인더스트리 4.0 기술이 적용됐다”고 설명했다. 기존 자동차 부품의 정보를 IoT 기술로 취합해 단점을 개선했고, 디지털 시뮬레이션으로 제작 공정을 기존보다 10% 이상 단순화했다는 것이다.

그는 “인더스트리 4.0이 더 진행되면 고객의 요구에 따라 맞춤 제작한 벤츠와 BMW 같은 자동차를 하나의 생산라인에서 만들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더스트리 4.0이 기계 설비 간 소통에서 제품 설비 간 소통으로 발전하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엘리베이터 모터 생산업체인 페스토가 선보인 로봇개미와 로봇나비는 기존의 생산 설비들이 모으기 어려웠던 정보를 3차원(3D) 공간에서 수집한다.

이들 로봇에는 3D카메라와 센서 통신모듈 프로세서 등이 장착돼 사물을 인식하고 다른 로봇과 공동 작업을 할 수 있다. 로봇이 공정 전반의 데이터를 모아서 설비와 공유함으로써 효율적인 공정 개선을 꾀하는 것이다. 미래의 제조공장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라는 설명이다.

현지에서는 한국이 독일과 비슷한 자동차 기계 등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갖추고 있어 인더스트리 4.0을 적용하기에 최적의 시장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칼 트라길 보쉬렉스로스 사장은 “독일은 만성화된 고령화 상황 속에서 제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나서 인더스트리 4.0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며 “비슷한 고민을 하는 한국 역시 제조업 혁신을 위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인더스트리 4.0

사물인터넷(IoT) 등을 통해 제조업의 완전한 자동생산체제와 생산 과정의 최적화를 구축하는 4차 산업혁명을 의미한다. 증기기관 발명(1차), 대량 생산과 자동화(2차), 정보기술(IT)과 산업의 결합(3차)에 이어 네 번째 산업혁명을 일으킬 것이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말이다.

하노버=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