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韓流)스타들의 ‘몸값’은 비싸다. 광고모델료는 수십억원에 달한다. 중견기업은 돼야 한류스타를 광고모델로 쓸 수 있다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연매출 50억원 안팎의 가발회사, 운동복 업체 등 조그만 국내 중소기업이 최근 한류스타를 광고모델로 내세우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지난 15일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주최한 ‘수출 활성화를 위한 업계 조찬간담회’에서 그 비결이 중소기업들의 해외 마케팅 성공사례로 소개됐다.
연매출 50억 중소기업, 모델료 21억 소녀시대 광고모델로 쓴 비결은
○광고모델료를 러닝개런티로

미국에서 가발을 만들던 헤어커투어의 김민석 대표는 지난해 중국 동남아시아 등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한류스타를 광고모델로 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곧장 소녀시대의 소속 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를 찾아갔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광고모델료로 21억원을 내라는 것이었다. 2013년 이 회사 연매출(50억원)의 40%가 넘는 액수였다.

김 대표는 포기하지 않고 다른 방법을 짜냈다. 그 아이디어가 러닝개런티(running guarantee)였다. 당장은 그만한 돈이 없으니 소녀시대를 모델로 쓴 뒤 생기는 매출의 일부를 광고모델료로 지급한다는 것. 김 대표는 SM엔터테인먼트 경영진을 상대로 한 프레젠테이션에서 소녀시대가 광고모델을 하고 있는 굽네치킨을 예로 들었다.

그는 “굽네치킨은 1년에 1억마리 정도를 판다”며 “만약 지금의 일시불 계약 방식이 아닌 판매실적 한 마리당 100원을 받는 조건이었다면 광고모델료로 연간 100억원씩 받았을 것”이라고 설득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헤어커투어와 즉각 계약을 맺고 소녀시대를 광고모델로 투입했다. 소녀시대의 러닝개런티는 헤어커투어 매출의 3~5%로 알려졌다. 헤어커투어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60% 뛴 80억원 정도를 기록했다.

○산업부 장관 “이런 게 창조경제”

김 대표는 이런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스타콜라보라는 이름의 광고대행사를 작년에 차렸다. 첫 성과로 베트남에 공장을 둔 국내 중소기업인 HNJ라는 회사와 한류 걸그룹 씨스타를 연결해줬다. 씨스타는 HNJ가 만드는 트레이닝복의 모델로 활동하고, 매출의 3~5%를 받기로 계약했다.

중소기업은 이렇게 한류스타를 광고모델로 섭외했더라도 TV 등엔 광고를 낼 엄두를 못 냈다. 광고료가 워낙 비싸기 때문이다. 김 대표가 그래서 생각해낸 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홈쇼핑이다. SNS를 통한 광고는 돈이 별로 들지 않을뿐더러 모델의 유명세 때문에 빠른 확산을 기대할 수 있다. 이렇게 SNS를 통해 입소문을 낸 뒤 홈쇼핑을 통해 제품을 판다는 전략이다. 홈쇼핑 방송료도 해당 시간에 발생한 매출의 일정액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김 대표는 15일 조찬간담회에서 이런 성공사례를 발표하며 “아시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한류스타를 모델로 쓰면 중소기업은 수출을 극대화할 수 있고, 연예기획사는 새로운 매출을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 장관은 김 대표의 발표가 끝나자 “이런 게 창조경제 모델”이라고 극찬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