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3일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 미디어 데이’ 행사 장면.
3월 23일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 미디어 데이’ 행사 장면.
2015 프로야구가 3월 28일 개막됐다. 개막 첫날에만 전국 5개 구장에 9만4000명이 몰리며 뜨거운 열기를 보여줬다. 야구팬 못지않게 야구 시즌을 반기는 이들은 바로 기업들이다. 프로야구 선수들이 ‘걸어 다니는 광고판’으로 불리는 만큼 인기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다.

프로야구 시장은 약 3000억 원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총 관중은 약 650만 명으로, 프로축구(2000만 명)와 프로농구(100만 명) 대비 각각 3.3배, 6.5배 많다. 올해는 프로야구 10구단 체제를 맞아 사상 첫 800만 관중에 도전한다.

중견기업 타이어뱅크, 과감한 베팅

KBO의 타이틀 스폰서는 국내 타이어 유통 기업인 타이어뱅크로 결정됐다. 타이틀 스폰서는 한 리그에 한 기업이 선정되며 시즌 리그의 명칭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이에 따라 올 시즌 프로야구 리그 공식 명칭은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로 확정됐다. KBO의 마케팅 자회사인 케이비오피(KBOP)의 이진형 이사는 “실질적으로 협상 테이블에 앉아 논의한 3~4곳 중 양쪽에 시너지를 낼 수 있겠다고 판단해 타이어뱅크와 3년간 계약하게 됐다”고 말했다.

프로야구에 타이틀 스폰서가 등장한 것은 2000년부터다. 삼성증권이 처음 연간 30억 원을 지불한 것을 시작으로 이 회사와 삼성전자가 2008년까지 스폰서 자리를 독차지해 왔다. 이후 2009년부터 CJ인터넷·롯데카드·한국야쿠르트 등이 타이틀 스폰서로 활동했다. 타이틀 스폰서 비용은 2011년 이후 50억 원(롯데카드)으로 오른 뒤 2012년 65억 원(팔도)에 이어 올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타이어뱅크는 70억 원에 조금 못 미치는 선에서 계약을 체결했다.

타이어뱅크의 2013년 매출은 2358억 원, 영업이익은 270억 원이다. 한 해 영업이익의 4분의 1을 프로야구에 이름값으로 지불한 셈이다. 대전 기반의 중견 유통 업체가 메인 타이틀 스폰서가 된 것은 최초다.

대기업 독차지였던 타이틀 스폰서 시장에 적지 않은 비용을 들인 것은 그만큼 매력이 충분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타이틀 스폰서가 갖는 권한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는 해당 리그 명칭, 엠블럼 등 타이틀을 갖는 것이고 둘째는 TV와 각종 언론 매체와 구장에서의 광고 노출이다.

타 스포츠 종목에 비해 경기 시간이 길기 때문에 미디어 노출 빈도가 높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타이틀 스폰서 이외에 공식·비공식 후원사들은 수억~수십억 원대의 후원 금액에 따라 각 구장의 전광판, 인터뷰 백드롭(뒷배경) 등에 광고를 할 수 있다.
중견기업 타이어뱅크, 프로야구에 70억 '과감한 베팅'
그러면 투자에 따른 기업들의 손익계산서는 어떨까. 김도균 경희대 스포츠산업경영학과 교수는 “인풋을 현금이나 물품으로 보고 아웃풋은 직간접적인 세일즈 증가와 브랜드 노출 효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폰서 효과는 매출 증대에 더해 기업의 이미지 제고, 열성 고객의 증가, 기업 내 타 제품에 미치는 영향 등 플러스알파를 측정하는 게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정호윤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매출 증가와 밀접한 관련을 맺을 뿐만 아니라 광고효과만으로 투자금을 충분히 회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진투자증권 보고서와 KBO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타이틀 스폰서였던 한국야쿠르트는 65억 원의 비용을 들여 광고효과로 1160억 원을 얻었다. 투자 대비 약 18배의 효과를 얻은 셈이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2012년 처음 팔도가 분사하면서 기업 이미지(CI)를 알리기 위해 전략적으로 진행했고 이듬해부터 한국야쿠르트 세븐으로 마케팅했는데 1160억 원 수준의 효과를 얻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올해 스폰서 비용이 상승하면서 계약을 연장하지 못했지만 기존 투자에는 만족한다는 답변이다.

이 밖에 롯데카드는 788억 원, CJ인터넷은 831억 원의 효과를 누린 것으로 분석됐다. 각 구단은 기업들의 후원금이 중요한 수익 창구다. 구단의 한 해 운영비 250억~300억 원 중 약 80%인 200억 원 정도가 기업들의 스폰서 비용으로 마련된다.

한국 프로야구 특징은 대기업의 주요 계열사가 각 구단의 스폰서로 나선다는 것으로, LG나 삼성은 20여 개의 스폰서를 두고 있다. 다만 모기업이 없는 히어로즈 프로야구단은 ‘네이밍 스폰서’라는 독특한 모델을 유지하고 있다. 구단을 소유하지 않으면서도 구단 이름을 사용하며 광고 홍보효과를 누리는 모델이다.

이 밖에 넥센히어로즈는 플래티넘·골드·실버·브론즈 순서로 스폰서를 구분한다. 골드 스폰서가 10억 원대고 이보다 높은 플래티넘은 최대 30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80여 개의 스폰서를 통해 160억 원의 사업수익을 올린 것으로 예상된다.

넥센타이어 연 60억 원대 패키지 계약

이 모델에 따라 프로야구 마케팅 성공 사례로 첫손에 꼽히는 곳이 바로 넥센타이어다. 넥센타이어는 2010년 처음 메인 스폰서로 나서면서 사명 ‘넥센’을 구단명에 붙이는 조건으로 2년씩 계약을 체결해 왔다. 넥센히어로즈는 그 사이 약체에서 강팀으로 떠올랐다.

2010년 연 40억 원대로 출발한 스폰서 비용은 넥센히어로즈가 포스트 시즌까지 올라가는 등 가치가 상승하며 2014년 계약 당시 60억 원대로 껑충 뛰었다. 넥센타이어는 지난해 계약을 통해 올해까지 메인 스폰서 자격을 유지하고 있다. 넥센타이어 한 해 광고비 320억 원 중 5분의 1 수준을 프로야구에 쏟아붓고 있다.

넥센타이어는 패키지 계약을 통해 넥센히어로즈라는 타이틀과 함께 유니폼·모자 등에 기업 로고가 노출되는 권한을 갖고 있다. 또 경기 중 각종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이와 같은 브랜드 노출을 통해 친숙한 브랜드로 다가서면서 크고 작은 변화를 겪었다. 스폰서 계약 체결 전인 2009년 9662억 원이었던 매출액은 2013년 1조3800억 원으로 42.8% 늘었다. 무엇보다 타이어 업계 후발 주자로 출발해 인지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점에서 손익계산서를 따져볼 수 있다. 업계에서는 2014년 넥센타이어가 60억 원을 투자해 1000억 원대 이상의 효과를 누린 것으로 보고 있다.

프로야구 투자로 효과를 톡톡히 본 넥센타이어는 해외로 스포츠 마케팅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해외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스포츠 마케팅을 우선적으로 활용한다. 미국·독일·체코·호주에서 축구·풋볼 등의 지역 특화 종목을 지원하고 있다.

한편 구단에 따라 스폰서 종류와 내용은 천차만별이다. 같은 잠실구장을 쓰더라도 두산과 LG의 비용이 다르다. 광고비용을 하나의 기준으로 얘기할 수는 없지만 구단의 인기와 광고 노출 정도에 따라 가격이 형성된다. 선수들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많은 광고가 붙는데, 이 중 가장 높은 가격을 형성하는 곳은 방송 카메라에 가장 빈번하게 노출되는 부분이다.

유니폼 가슴 부분, 헬멧 옆 부분이 가장 높은 가격을 형성한다. 어깨 부분도 광고주가 선호하는 곳이다. 유니폼 가슴에는 전통적으로 모기업 로고를 붙인다.

헬멧 광고는 구단마다 다르지만 많게는 30억 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펜스 등 구장 내 부착 광고 등을 패키지로 묶는 계약이 많다. 구장 내에서는 포수 뒤, 외야 펜스가 가장 비싼 곳으로 분류된다. 잠실 구장의 경우 1억~3억 원 범위에서 단가가 결정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국경제매거진 한경BUSINESS 1010호 제공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