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ERI 경영노트] '사물의 동력' 되고 있는 2차전지, 솔루션 경쟁 2막 시작
우리가 매일 지니고 다니는 2차전지는 몇 개나 될까. 휴대폰, 태블릿, 노트북, 보조 전원용 파워 뱅크 등 우리는 부지불식간 서너 개의 2차전지를 지니고 있다. 더 확대해보자. 자동차 블랙박스용 리튬이온전지, 휴대용 면도기용 니켈계 전지 등 수많은 2차전지가 주변에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스마트 워치, 블루투스 헤드폰, 구글 글라스 등 웨어러블 기기는 물론 사물인터넷(IoT) 관련 기기, 알아서 전원 공급을 제어하는 스마트 가전기기 등 최신 기기들에도 2차전지가 쓰이면서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있다.

충전을 통해 반복 사용이 가능한 2차전지는 크게 납축전지와 니켈계 전지, 그리고 리튬이온전지로 구분된다. 휴대폰, 노트북, 전동 공구 등 휴대용 기기를 둘러싼 2차전지 솔루션 경쟁 1막은 리튬이온전지의 니켈계 전지에 대한 완승으로 끝이 났다. 경쟁 1막에서 납축전지는 비교적 안전하게 자신의 영역을 지켰다. 변화에 둔감하고 리튬이온전지의 높은 가격에 고개를 저었던 산업기기 시장을 최대 수요처로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튬이온전지 기술 진화와 수송기기, 중장비, 전기장비, 전력설비, 특수 기기 등이 속하는 산업기기 수요의 변화로 2차전지 솔루션 경쟁 2막이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첫째, 리튬이온전지의 표준 모델이 등장하면서 가격이 낮아지고 있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용량이 우수한 리튬이온전지가 다양한 산업기기의 이질적인 수요를 맞추고 있다. 이에 따라 리튬이온전지의 이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테슬라 전기차에 사용되는 원형 리튬이온전지 규격은 지름 18㎜와 높이 65㎜로 이미 표준화 단계다. 표준화된 원형 리튬이온 전지 가격 수준은 가히 혁신적이다. 몇 개에서 수백 개의 원형 리튬이온전지를 하나의 전지 팩으로 구성하는 팩 기술의 진보로 다양한 표준 전지 팩도 등장하고 있다.

둘째, 산업기기에 더 많은 전기장치가 사용되면서 필요한 전력량이 절대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에너지 밀도가 낮은 납축전지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용도의 수요가 커졌다. 지난 10여년간 안전성과 성능이 크게 향상된 리튬이온전지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셋째, 주변 환경과 사용자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산업기기에는 소비재보다 환경규제가 훨씬 엄격하게 적용된다. 강화되고 있는 환경규제를 화석연료에 기반한 동력 장치로는 충족하기 어렵다. 납축전지로는 충분한 동력을 내기 어렵다. 중장비 기업은 리튬이온전지를 채용한 새로운 동력 시스템을 대안으로 개발하고 있다.

2차전지 산업의 성장 영역인 산업기기 시장이 떠오르면서 리튬이온전지 산업의 새로운 지평이 열리고 있다. 새로운 전지로 산업기기의 작업성이 좋아지면서 새로운 2차전지 솔루션에 대한 산업기기의 거부감도 줄고 있다. 산업기기용 2차전지에 대한 니즈 자체가 고도화되면서 기기 편의성에 대한 요구가 상승하고 있다. 리튬이온전지의 채용으로 장시간 사용해도 산업기기의 전원이 끊기지 않게 되면서 작업 안정성이 올라가고 운영 신뢰도가 상승할 수 있다. 텔레매틱스를 구축하면 원격으로 실시간 작업 상황을 관리하며 정교한 작업량 제어도 가능하다. 전원 용량 증가로 위성항법장치(GPS) 등 편리한 전기 장치가 적용 가능해지는 것도 만족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성능 개선과 편의성 제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고성능 리튬이온전지에 대한 수용성이 높아지고 있다.

전지 기술 발전이 삶을 변화시키고 사용자의 수요가 전지 기술을 진화시키는 선순환 고리가 2차전지 산업에서 지속될 것이다. 동력원의 성능·편의성 개선으로 산업기기 영역에서 2차전지의 적용 범위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2차전지 시장의 진정한 승자를 가리기 위한 솔루션 간 진검 승부는 이미 시작됐다. ‘사물’의 동력이 되고 있는 2차전지는 세상의 변화를 이끄는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장환 <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