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년 특별기고] 국가개조, 정치개혁이 우선이다
‘세월호 참사’의 실체는 여객선 침몰사고다. 304명의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의 침몰 경위, 공공기관의 선박 입출항 관리, 구조체계가 얼마나 허술했는지, 특히 비정규직 선장과 선원들의 황당한 사고 대처행위 등은 이미 밝혀졌다. 그러나 세월호는 단순한 사고로서가 아니라 ‘세월호 현상’으로 부각됐다는 데서 더 큰 의미가 있다. 세월호 현상은 한국 사회 저변에 마그마처럼 깔려 있던 치명적인 문제점들이 겉으로 드러나면서 국가의 존재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고 절규하는 현상이 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세월호 특별담화를 통해 “세월호 이전과 이후가 다른 나라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온 나라를 휩쓴 혁명적 분노와 불신, 절규와 선동, 혼란과 위기를 비혁명적이고 정상적인 방법으로 처리하는 게 당면과제였고 이는 혁명보다도 더 어려운 도전이었다.

한국은 1945년 이후 독립한 140여개의 제3세계 국가들 중 산업화·민주화·다원화·개방화에 성공한 유일한 나라다. 그러나 세계사적으로 돌출적인 기록을 가능케 한 압축성장 과정에서 한국 사회에는 기본을 무시하는 일탈과 왜곡, 전도현상이 누적돼 사회해체와 국가공동화 현상이 가장 급속히 진행되는 갈등과 불신의 공화국이 됐다.

과연 한국은 어디로 갈 것인가. 총체적 위기에 대한 성찰과 개혁, 진실과 정의에 대한 믿음, 개혁 실천을 위한 책임과 희생정신에 더해 통합적 실천전략을 결여하고 있어 안타깝다. 세월호 실소유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기업가로, 종교인으로 국제무대에서 행세했던 사회 시스템을 개혁하는 일이야말로 세월호 현상의 원인규명이요 국가개조의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모든 권력, 국가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엘리트들은 한국의 특수한 성공과 함께 결과적 도착(倒錯)에도 책임이 있음을 인정하고 개혁 과제를 실천해야 한다. 편의와 복지, 안전과 평화를 누리는 데에는 공짜가 없으며, 모두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진실을 알아야 한다. 선박운항의 안전기준을 준수하게 하려면 국가는 선박 안전관리에 얼마의 비용이 더 들고 여객운임은 얼마나 올려야 하는지부터 냉정히 따져봤어야 했다. 그게 세월호 진상 규명의 첫 번째 반성적 과제였다. 현대 건축물·구조물의 건설, 유지보수, 폐기에 이르는 총비용을 따져보면 건설비는 2%에 불과하다고 한다. 총비용 개념에서 정부·민간, 공공·시장 모두 전체와 미래를 제대로 보도록 생각의 틀을 바꿔야 한다.

한국은 외교·안보·경제·사회적으로 큰 재앙을 동반할 수 있는 혁명적 환경에 둘러싸여 있다. 이런 시대흐름의 파괴적 영향을 차단하고 재앙요인을 예방하는 길은 자발적 개혁을 촉진하는 것이다. 오늘의 한국은 강화도조약, 경술국치, 해방 직후 등 혼란스러웠던 때와는 달리 바깥세계와 내부문제를 잘 알고 있다. 급진 과격, 폭력, 독선의 사이비 보수, 사이비 진보를 비판하는 자발적 개혁의 목소리도 점증하고 있다. 이들 각계의 소수 개혁세력이 다수로 전환할 수 있는 임계점을 만드느냐에 따라 한국은 재앙적 파국으로 가느냐 주체적 개혁을 통한 새 나라 창조로 가느냐가 갈리게 될 것이다.

내부의 자발적 창조적 개혁세력의 등장을 격려하고 동참시키는 창조적 리더십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정치개혁이 절체절명의 과제다. 바츨라프 하벨 전 체코 대통령의 ‘재선을 염두에 두지 않는 정치적 용기를 가진 지도자’, 크리스티안 불프 전 독일 대통령의 ‘주가에 성급히 반응하는 정치와 결별’, 정치사회 전체 신뢰도에서 세무서가 3등 하는 스웨덴 같은 정치개혁이다.

‘세월호 현상’의 종착역은 새 나라 만들기다. 재앙적 사고와 파괴적 혁명을 예방하면서 국가개조를 성공시키는 길은 자발적 정치개혁뿐이다. 그 성패에 한국의 명운이 걸렸다.

김진현 <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